대한민국 국민에게는 국방 납세 교육 근로의 4대 의무가 있다. 그중에서 남자에게만 주어진 의무가 국방의무다. 따라서 평등권의 본질적 측면만을 고려한다면 국방의무는 오히려 남자의 평등권을 저해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군 복무를 마친 젊은이에게 최소한 보상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그 결과 국가시험에 한해 3∼5%의 가산점을 부여했다. 이 법이 1999년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 판결을 받았다. 3∼5% 비율이 과다하고 그 적용 횟수도 무한정이어서 여성의 평등권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정부는 헌재의 판결을 존중해 가산점을 2%로 내리고 적용 횟수도 제한하고, 합격자의 비율도 20% 이내로 제한하는 수정안을 내놓았고 다행히 이 법안은 국회 국방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제는 하루빨리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기를 기대하며 다시 한 번 군필자 가산점제의 당위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군 복무 2년은 남자들에게 상대적 불평등을 강요한다. 군 복무 2년은 젊은이에게 적지 않은 불이익을 준다. 진로 학업 취업 등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국가에 바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군 복무가 이들에게 얼마나 큰 기회의 불평등을 초래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들이 그토록 헌법의 평등권을 중요시한다면 남녀 불문 전 국민 의무복무제를 주장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둘째, 군필가산점제는 병역 비리 근절에 기여한다. 엊그제도 프로야구 선수들의 병역 비리가 적발됐다. 병역 비리는 왜 끊이지 않는 것인가. 해답은 간단하다. 군에 가면 안 가는 것보다 손해 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책은 무엇일까. 군에 가도 손해를 안 보도록 해 주면 된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그 손해를 최소화해 주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군필가산점제는 기꺼이 군에 가는 풍토 조성에 일조할 것이다. ‘제대 군인들이 제대로 예우 받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가 바로 병역 비리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셋째,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안보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유일한 분단국이다. 휴전선 남북에 200만 대군이 대치하고 있다. 주변의 미국 일본 중국 등 강대국의 안보 상황에 언제라도 휘둘릴 수밖에 없다. 실제 반만년의 역사에서 300여 회의 크고 작은 외침을 당하는 수난의 역사를 이어 왔다. 우리가 안보 무풍지대인 유럽이나 대양주에 살고 있는 양 착각해서는 안 된다.
로마는 국민이 군에 가는 것을 최고의 영예로 여길 때 대제국을 이루었다. 그러나 군을 기피하고 용병들에게 국방을 맡기면서 쇠락과 멸망의 길로 들어섰다. 이것은 한 국가에 있어서 ‘그 어떤 가치도 안보에 우선할 수 없다’는 역사의 교훈이며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엄중한 경고다.
이제는 안보문제를 정략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병역 문제를 집단이익이나 성적 갈등의 대상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 오직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하고 국민의 안위만을 걱정하면서 안보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
군필가산점제를 지지하는 국민의 뜨거운 성원에 감사한다. 법안을 반대하는 일부 계층의 이해와 아량을 기대한다. 국가 안보를 최우선의 가치로 존중하는 국회의원들의 양식을 굳게 믿는다.
박세직 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