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10일, 노무현 정부 마지막 15일을 앞두고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이 소실되고 말았다. 당시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부인과 함께 ‘휴가 출장’ 여행 중이었고, 소방당국은 5시간 동안 물만 뿌리다가 국보 1호의 목조 부분을 전소시키고 말았다. 그리하여 610년 된 대표적 문화유산은 사라졌다.
이 사건은 무언가 불길한 예감을 준다. 다음날인 2월 11일, 노무현 정부에서 체결된 한미FTA 비준동의안의 상정은 민주노동당 의원 8명의 물리적 저지로 불발이 되고 말았다. 이런 식으로 붙들고 늘어지면 이명박 신정부가 과연 하려고 하는 일들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통일부 폐지의 의지가 정치적 타협의 과정에서 실종되는 운명에 처해 있는 것을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한국사회에는 분명 이명박 정부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그 진로를 막고 나서는 훼방의 기운이 도사리고 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명성을 얻은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자신이 그 책에서 “역사 속의 지리산을 가장 뜨겁고 애절하게 노래한 김지하의 시 ‘지리산’의 첫 두 행”이라고 (그릇) 인용하면서 이렇게 썼다. “저 놈의 산만 보면 피가 끓는다.” 이는 지리산의 빨치산들을 토벌 진압한 대한민국 군경에 대한 적대적 증오심을 연상시킨다. 한미FTA 비준 저지에 결사적으로 나서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정강정책을 보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정당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이럴 때 대한민국 건국의 정당성과 정통성에 자부심을 가지고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먼저 지난 대선의 의미가 단순히 경제우선이나 실용추구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좌파정권 종식에 있었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하겠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총선에서, 그리고 앞으로 구성되는 새 정부 내에서 소신이 분명한 보수우파, 바꾸어 말하면 ‘대한민국 정통성 자부파’가 리더십을 차지하도록 지원해야 하겠다. 대한민국 냉소파와 대한민국 자부파의 싸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새로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의 앞길을 막고 뒤흔들려는 세력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으므로 대한민국 자부파는 새 정부를 밀어주는 역할을 잘 해야 한다.
새 시대를 열어가는 데는 대통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지만 대통령 혼자서 다 할 수 없고, 또 그 능력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한국사회는 그동안 저항의 정신이 강했다. 이제는 긍정의 정신이 강해져야 한다. 역사의 뿌리를 북돋우면서 미래의 건설에 역량을 결집시켜야 한다.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항공모함의 발진을 앞둔 새벽 미명 어둠의 기운이 아직 자욱하지만 아침 해가 찬란히 떠오를 때 어둠은 사라진다. 훼방꾼은 어차피 있게 마련이니 개의치 않고 정진해나가면 훼방의 기운이 무력화되고 말 것이다.
항공모함 관제탑에 각계의 책임자들이 모여 각자의 시계(視界)를 예의주시하면서 침착하게 그리고 일사불란하게 역할을 수행한다면 드디어 항공모함이 그 웅자를 드러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