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투신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요인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제까지 자신의 정치 일생 중 최고의 가치로 여겼던 ‘도덕성’이 땅에 떨어진 자괴감과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아들과 딸, 최측근들까지 전부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심리적 압박감이 그로 하여금 투신이라는 선택을 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벌써부터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일부 좌파시민단체들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 압박으로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하면서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리와 도덕성’이 떨어진 노무현...자괴감이 찾아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까지 파란만장한 정치일생을 살아온 것이 사실. 우선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청빈함과 우직한 의리 때문이었다. 즉, 지금의 노 전 대통령을 만들었던 것은 그가 정치 인생을 걸어오면서 서민과 노동자를 위해서 살아왔고 그 어떤 정치인들보다 깨끗하다고 자부했기 때문이다.
또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의해 정치 입문했지만 자신의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계속해서 민주당 이름으로 부산과 김해 지역에 꿋꿋하게 출마했고 낙마를 여러 번 거듭하면서도 변함없는 정치적 의리를 지켜왔다는 게 노 전 대통령의 가장 큰 강점이었다.
그는 계파 줄서기나 대세 편승을 거부한 채 과감히 현실에 도전하는 정치적 선택을 해 왔다. 90년 1월 3당 합당이 이뤄졌을 때 김영삼 전 대통령을 ‘변절자’로 비난하며 따라가지 않았으며, ‘바보 노무현’으로 불리며, 계속에서 부산과 김해지역에 출마했다. 14대 총선, 부산시장 선거, 16대 총선 때 지역주의 타파를 내세워 당선 확률이 희박한 부산에 연이어 출마했다가 낙선한 바 있다.
2002년 노랑 풍선과 돼지저금통, 노사모로 상징되는 서민 대통령으로 당당히 당선돼, 참여정부의 최고의 가치를 도덕성에 두었다. 그러던 그가 오랜 친분과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40만 달러를 받은 협의가 포착돼 검찰 조사를 받게 되자 자신의 최고의 가치로 생각했던 ‘도덕성’이 땅에 떨어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도덕성의 상실은 이미지 실추와 함께 낙담, 억울함까지 겹쳐져 투신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리게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자신의 상징과도 같았던 도덕성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2일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제가 이미 인정한 사실만으로 저는 도덕적 명분을 잃었다며 "더 이상 노무현은 여러분(지지자)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다"고 자괴감을 토로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여러분은 이 수렁에 함께 빠져서는 안 된다"며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한다"고 말하며 낙담했다.
‘부산 자존심’ 노무현...부패가족으로 인식돼 큰 상처!
이와 함께 ‘뚝심의 승부사’, ‘부산의 자존심’라고 할 정도로 자존심이 강한 노 전 대통령이 차마 박 전 회장의 돈을 받지 않았다며 변명하는 것도 그렇고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이 젊은 검사들 앞에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변호하는 거 자체가 크나큰 상처로 남았다는 것이다.
박 전 회장과 비슷한 성격이라는 것. 박 전 회장이 젊은 검사 앞에서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게 실어서 모든 것을 밝혔다고 하는 일설도 있듯이, 노 전 대통령도 이 보다 큰 자존심이 작용했고 무엇보다도 측근들을 비롯한 가족들까지도 ‘마녀사냥’식 여론 재판과 검찰 수사 압박에 참을 수 없는 고통과 비통함을 느꼈다는 것.
또 검찰 수사가 노 전 대통령과 권 여사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아들 건호, 딸 정연 씨까지 소환조사를 받을 정도로 일가족 모두가 `부패가족`이라는 이미지로 비친 것도 결정적으로 노 전 대통령을 무너지게 한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마지막 남긴 유서에도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면서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라며 한탄했다.
또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라고 끝을 맺었다.
5공 청문회에서 ‘전두환 살인마’를 외치며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의원 명패를 집어 던져 ‘청문회 스타’로 떠올라 지금의 대통령되기까지 영욕의 세월을 함께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고통스럽고 감내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해도 전직 대통령으로서 꿋꿋하게 대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며 안타까움 전하기도했다.
‘노무현 서거’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 크다!
이런 가운데 검찰의 책임론이 더욱 거세게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정점으로 반MB세력이 결집한다는 것.
벌써부터 야당과 노사모, 좌파시민단체들은 이 대통령과 검찰을 비난하고 나선 것도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이용한 정치적 야욕을 채우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무척 지쳤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검찰과 언론이 아예 봉하마을 얘기는 들어주지도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로 몰아간 것이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검찰이 한 사람을 정치적으로 매장시킨 타살행위를 한 것"이라며 "검찰이 얼마나 수모를 줬느냐. 해도 해도 너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과 야당들은 격앙된 모습을 연출하며 이번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을 적극 이용하겠다는 심산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무리한 전직 정권 수사가 이러한 불행한 사태를 불러왔다며 비판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누가 무엇이 왜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 최후를 맞게 했는지 국민과 역사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 책임론을 띄우는 양상이다.
‘노무현 서거’는 ‘反이명박 세력’ 결집의 기폭제?
이런 가운데 6월 초부터 국회에서의 미디어법 개정 논의, 화물연대를 둘러싼 민노총-한국노총 간의 갈등, 각종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대전 화물연대의 불법폭력시위로 경찰로부터 향후 모든 집회신청이 불허된 민노총은 6월 총파업을 추진 중에 있는 상황이고, 지난 22일 쌍용차 노조가 파업을 시작했고, 27일부터 건설노조와 화물연대, 29일부터 금속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또 철도노조 또한 인력감축 문제를 내세워 6월 10일 파업을 하기로 했으며, 이들은 파업과 관련 전국 16개 도시에서 시위를 벌일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은 6월 국회에서 논의될 ‘미디어 관련 법 재개정’ 등과 관련,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른바 친북좌파단체는 6월에 계획된 ‘반MB 정권’ 퇴진 운동에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와 지난해 광우병 촛불사태 단체들로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 등의 정치권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의 서거의 원인을 이명박 정부로 돌릴 것으로 관측된다.
벌써부터 그러한 조짐은 보이기 시작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신 소식이 전해지자, 아고라 등 일부 인터넷공간에서 친노성향 네티즌들이 ‘反이명박 투쟁’을 위해 금일(23일) 오후 5시 광화문 앞에 모일 것을 독려하고 있다.
이들은 네티즌들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이명박 대통령 탓이라며, 광화문 앞에 모여 “이명박을 때려잡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李대통령 외에도 노 전 대통령 죽음에 책임을 져야할 대상으로 한나라당, 조중동, 뉴라이트, 검찰 등을 꼽으며 정치 쟁점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6월 항쟁을 기념해 야당과 친북좌파세력들은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를 적극 활용하면서 우리사회의 분열과 책임론을 부각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 대통령과 검찰 책임론을 부각하면서 反정부 활동과 제2의 촛불사태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커졌다.
[김영덕 기자]ghost7287@nat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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