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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담은 DVD 대량 유입 북한 '정보통제'가 무너지고 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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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사망 직후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도 소련, 동유럽처럼 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시 클린턴 정부도 1994년 제네바합의를 통해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주기로 했지만 경수로가 완공되는 2003년 이전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 기대했다. 지금 김일성 사망 이후 14년이 지났지만 북한은 여전히 건재하다. 왜 북한은 소련, 동유럽과 달리 붕괴하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북한은 소련, 동유럽과 두 가지 점에서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철저한 외부 정보 통제, 그리고 극악한 공포 통치가 그 비밀이다.
적어도 소련, 동구에서는 외부 라디오 청취를 통제하지는 않았다. 심지어 외부 TV 시청도 허용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이 합법적으로 볼 수 있는 매체는 TV 채널 하나, 라디오 채널 하나 정도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수령님 찬양’과 ‘반미 애국주의’로 주민들의 머릿속을 장악하려고 한다. 소련이 ‘고철 장막’이었다면 북한은 ‘무쇠 장막’이다.
공포 철권 통치도 마찬가지이다. 적어도 소련, 동구에서는 반체제 인사가 숨쉴 구멍이 있었다. 때문에 폴란드의 바웬사, 체코의 하벨 등이 생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반체제 운동, 아니 반체제 조짐이 조금만이라도 보이면 본인과 가족 3대를 절멸시켜 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아웅산 수치’가 살아있기 쉽지 않다.
그런데 2008년 북한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 체제를 지탱하는 두 축, 즉 정보 통제와 철권 통치 중 한 축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바로 외부 정보의 대량 유입으로 무쇠 장막에 파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삐라 논란은 외부 정보 유입에 대해 북한이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일 뿐이다.
- ▲ 지난 12월 2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앞에서 탈북단체 회원들이 전단을 풍선에 실어 북으로 날려 보내고 있다.
DVD
보위부와 결탁한 장사꾼들이 대량 유통
중국 오가는 상인들도 주요 메신저 역할
북한의 무쇠장막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 대량 아사와 대량 탈북 등 소위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고 난 뒤이다. 이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은 두 가지 중대한 변화를 겪는다. 하나는 중국을 통한 외부 정보 유입이고 다른 하나는 정보의 소통 공간인 장마당의 확산이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중국으로 넘어온 탈북자들은 중국 땅에서 북한과 다른 별천지를 보게 된다.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 밖으로 나온 것이다. 이들은 중국에서 한국 사람들도 만나고 한국 TV도 본다. 그런데 이들 탈북자 중 일부는 한국으로 들어오거나 또 중국에서 정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상당수 사람들은 북한의 가족 때문에 되돌아간다. 이렇게 북한으로 되돌아간 탈북자들은 외부 세계를 알리는 메신저가 된다. 물론 지금은 탈북자뿐만 아니라 중국과 거래하는 북한 상인들도 외부 정보를 확산시키는 주요한 메신저 역할을 한다.
이렇게 탈북자와 상인들이 가져온 외부 정보는 북한 내부 장마당을 통해 전역으로 확산된다. 장마당은 북한 당국이 식량 배급을 중단하면서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이제 북한의 어느 곳이든 장마당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시장은 단순히 물건만 오고 가는 곳이 아니다. 사람들이 모이고 이 사람들을 통해서 정보가 유통된다. 다른 지역에 물건을 팔기 위해 사람들이 이동하면서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는 북한 전역으로 확산된다.
중국과의 교류, 장마당 확산의 흐름을 타고 다양한 미디어 매체들도 북한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대표적 매체가 VCD(Video CD)와 DVD(편의상 이 둘을 합쳐 DVD라 부르겠다)이다.
과거 미디어 매체가 사회 변혁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사례로 1979년 이란의 호메이니 혁명이 종종 회자된다. 이란 혁명은 소위 ‘카세트테이프 혁명’이라고도 불린다. 파리에 망명해 있던 호메이니는 자신의 연설을 녹음한 소수의 원본 테이프를 이란 국내로 밀반입했다. 이 테이프는 이란 내의 성직자들에 의해 대량 복제되어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이란 혁명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북한에서도 이란의 녹음기와 유사한 사례가 벌어지고 있다. 바로 DVD의 급격한 확산이다. 이란에서는 녹음 테이프가 대량 복제되었다면 지금 북한에서는 한국 영화, 드라마가 담긴 DVD가 대량 복제되어 유통되고 있다. 이란에서는 성직자가 대량 복제의 주인공이었다면 북한에서는 보위부를 등에 업은 장사꾼들이 그 주인공이다. 미국 단체 ‘인터미디어(Intermedia)’가 2007년 220명의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20% 정도가 외부 DVD를 보았다고 한다.
라디오
라디오 사면 신고 의무…국영방송만 들리게 주파수 고정
중국산 대거 유입되면서 신고 않고 몰래 외부 방송 청취
DVD뿐만 아니라 외부 라디오 방송도 북한 체제를 흔들고 있다. 원래 북한에서 라디오는 금지 품목이다. 라디오를 획득한 사람은 반드시 보안서(한국의 파출소에 해당)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된 라디오는 주파수 채널을 납땜하여 고정시킨다. 국영방송만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 사회의 기강이 흔들리고 외부 정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고되지 않은 라디오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또 중국에서 라디오 기기가 대거 유입되면서 라디오를 입수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북한 정권의 기강이 흔들리고 뇌물이 횡행하면서 신고되지 않은 라디오를 가진 사람에 대한 처벌도 약화되었다. 과거에는 라디오 주파수가 고정되어 있지 않으면 감옥에 가야했지만 지금은 뇌물을 주거나 라디오만 압수되는 정도로 처벌이 완화되었다. 라디오를 압수한 국가보위부 요원들이 그 라디오를 다시 장마당에 되파는 현상도 종종 발생한다.
때문에 북한에서 외부 라디오 방송을 듣는 사람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2005년 한국언론재단이 탈북자 3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외부 라디오 방송을 들어본 사람은 11.2%(34명)나 되었다. 북한에서 외부 라디오 청취층이 늘어나는 데 반해 과거 햇볕정책 10년간 한국 정부의 대북 방송은 상당히 약화되었다. 이 때문에 여러 북한 인권 NGO들이 자발적으로 민간 대북방송을 만들기 시작했다. 청취자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 말이다.
휴대폰
국경지역선 중국은 물론 한국과도 통화 가능
북한 내부 정보 실시간 외부 유출 가능해져
휴대폰도 북한 정권에는 눈엣가시이다. 요즘에는 외국(주로 중국과 한국)으로 휴대폰 통화를 하는 사람들도 꽤 된다. 북한에서 해외 휴대폰 통화는 주로 북·중 국경지역에서 중국 휴대폰이나 한국의 로밍 휴대폰으로 이루어진다. 전파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중국의 휴대폰 전파가 북한 일부 국경지역을 커버하는 것이다. 한국에 와 있는 탈북자 중에서도 북한의 가족, 친구 등 지인들과 통화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요즘은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실시간으로 한국에 전해진다.
여기에 삐라가 가세한 것이다. 물론 삐라만을 딱 떼어놓고 본다면 그 효과가 단발성이고 그리 크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삐라를 포함하여 DVD, 라디오 방송, 휴대폰 등 외부 정보 매체가 북한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종합해 보면 그 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
그럼 이 각각의 매체들이 북한 내부와 남북 관계에 미치는 효과는 어떻게 될까?
일단 휴대폰은 DVD, 라디오, 삐라와 조금 성격이 다르다. 다른 매체들은 주로 외부 정보를 북한으로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휴대폰도 일부 그런 역할을 하지만 주로 북한 내부 정보를 외부 사회로 유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여기서는 외부 정보 확산 매체로서 DVD, 라디오, 삐라를 비교해 보도록 하겠다.
위 표는 북한에 미치는 영향을 네 가지 범주에서 분석, 비교해 본 것이다. 우선 의식변화 효과란 각 매체들이 북한 주민 개개인의 의식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개인 의식 변화에 가장 효과가 큰 것은 아무래도 영상을 직접 보는 DVD이다. 라디오는 DVD에 비해 주민 의식변화 효과는 떨어지지만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은 고정 청취층이 많기 때문에 엘리트 의식 변화에 큰 역할을 한다. 이에 반해 삐라는 우연적으로만 받아볼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의식 변화에 큰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삐라
주민 선동 효과는 적지만 정치적 파장은 커
10년 새 주민 의식 급속 변화… 돈이 최우선
- ▲ 다양한 미디어 매체들이 유통되는 북한의 장마당.
그에 반해 삐라는 주민확산 효과, 즉 북한 주민에게 알려지는 효과는 적지 않은 편이다. 삐라가 하늘에서 떨어지면 당국의 단속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읽지는 못하더라도 삐라가 떨어진 사실은 알려진다. 그래서 소문 확산 가능성도 높다.
그럼에도 DVD에 비해 삐라의 주민확산 효과가 낮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삐라는 주로 북한의 남부 지방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을 인터뷰해 보면 북한의 함경도, 양강도 등 북쪽 지역 주민들은 삐라를 본 적이 거의 없다. 그에 반해 황해도, 강원도 주민들 중에는 삐라를 본 사람들이 꽤 된다. 이는 삐라가 미칠 수 있는 범위가 지역적으로 제한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삐라는 남북대결 유발 효과는 아주 크다고 할 수 있다. 삐라가 DVD나 라디오 방송보다 남북대결 유발 효과가 큰 이유는 북한 정부 내 보고 체계와 연관이 있다. 북한은 익히 알려져 있는 것처럼 김정일 1인 수령 체제이다. 북한에서 김정일과 직결되는 것은 1호 사건이라 하여 반드시 보고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김정일을 비난하는 삐라가 여러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뿌려지면 그 삐라를 입수한 북한의 보위부, 인민보안성, 호위총국, 군대의 각 단위들은 틀림없이 그 삐라를 김정일에게 보고할 것이다. 이를 본 김정일은 대로했고 김정일이 강경하게 나오니까 북한 군부도 그 방침을 집행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그에 반해 DVD는 주로 중국 국경을 통해 유입되기 때문에 남북관계와 별 상관이 없다. 그리고 라디오 방송도 북한에서 한번씩 문제를 삼기는 하지만 외부 라디오 방송과 관련된 특정 단위에서만 보고가 올라간다. 이것이 삐라와의 차이다. 삐라가 유발하는 남북대결 효과를 줄이려면 김정일을 비판하는 내용을 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외부 매체들로 인해 북한 주민들이 처벌 받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근본적 책임은 외부 매체 소지자를 처벌하는 북한 당국에 있지만 그 사실을 알면서도 무분별하게 외부 정보를 유입하려는 것도 사려 깊은 행동은 아니다.
특히 DVD나 삐라에 김정일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아 북한에 유입시킨다면 그 DVD나 삐라를 소지한 사람은 극형에 처해지게 된다. 인권운동하는 사람들은 이런 점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물론 탈북자 중에는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DVD나 삐라가 들어가도 북한 주민들 스스로가 그 위험성을 잘 알기 때문에 면역 기제가 충분히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외부 정보 유입으로 10년 전의 북한 주민과 지금의 북한 주민은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되었다. 이제 그들의 머릿속엔 수령님이 최고가 아니라 돈이 최고다. 돈이 그들의 수령이 된 것이다. 김일성이 죽었을 때는 슬퍼 울었을지 모르나 만약 김정일이 죽는다면 진심으로 우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오히려 속으로 만세를 부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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