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李晳熙) 전 KBS 보도국장
이제 서울 도심은 매일 밤 무법천지(無法天地)에, 거의 무정부상태가 되다시피 하고 있다. 지금처럼 날이 갈수록 촛불 시위대의 세(勢)가 불어가고 구호와 행동이 무법 폭력화돼 가다가는 어떤 비극적인 사태가 벌어질지 심히 걱정스럽다.
시위대는 자꾸 거칠어지고 경찰은 강경진압 과정에서 불상사가 날 것을 우려해 조금씩 양보하다가 한없이 밀리고...그러다 보니 시위대들은 청와대 코앞에까지 밀어닥칠 판이다. 경찰이 버스로 바리케트를 치고 길을 막아봤자 골목길로 빠져가거나 경찰버스를 전복시키려고 몰려드는 용맹(?)스런 시위대들 앞에서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매우 급박한 상황이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서 경찰이 물대포를 쏘는 등 강경진압에 나서자 시위대는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과 휴대 전화로 사발통문을 돌려 사람들을 흥분시키고...언론은 시위대가 법테두리를 벗어난데 대해서는 말 한마디 못하고 법에 따라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의 과잉진압만을 비판하고...야당은 시위대를 편들고 여당은 정부를 비판하며 발뺌이나 하고...이런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증폭확산 돼 간다면 그 끝은 어디겠는가?
지금은 시위대고 여야 정치권이고 청와대고 냉정을 되찾고 사태의 심각성을 되돌아 봐야할 때이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들과 사회 지도층 특히 언론은 시위대가 도를 넘지 않도록 설득해야 한다. 어려운 상황을 무릅쓰고 법집행을 하는 공권력의 편에 서서 사태를 갈아 앉히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해관계와 정파를 초월해야 한다.
시위대 가운데는 ‘미국 쇠고기는 안 된다’는 자기 확신을 갖고 순수한 뜻에서 동참하고 있는 사람도 있겠고, 깊은 생각 없이 휩쓸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뒤에는 군중심리를 이용해 그들을 폭력화시키고 정부 전복까지 꾀하려는 붉은 마수가 뻗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분위기에 휩싸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쉽게 흥분하고, 쉽게 최면에 걸려 과격해지고 날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배후의 선동기술자들이 찾고 있는 좋은 불쏘시개 깜이다. 적당히 분위기만 만들어 놓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앞장서고, 분신자살이나 투신자살까지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과거 소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분신자살이나 투신자살을 한 사람들 가운데는 쉽게 분위기에 휩쓸리고, 쉽게 흥분하고, 쉽게 자기 최면에 빠져 과격행동을 서슴치 않던 순진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가?
“분신자살을 하겠다며 시너까지만 뿌리는 시늉을 하라”는 선동꾼의 말만 믿고 시너를 뿌리자 즉각 제3의 인물이 성냥불을 그어대 분신타살(焚身他殺)을 시킨 사례가 여러 건(件) 있지 않았는가? “건물옥상에 올라가 투신자살을 하겠다며 외치기만 하면된다”는 꾐에 빠져 건물 위에 올라가 외치자 누군지도 알 수 없는 제3자가 밀어 투신타살(投身他殺)을 시킨 사례들이 밝혀지지 않았는가?
이번 시위대 배후에도 데모를 확대 증폭시키고 과격화시키고 마침내 시위과정에서 희생자가 나오도록 상황을 기술적으로 유도하는 공작 전문가들의 신출귀몰하는 재주가 여기서 번쩍 저기서 번쩍 곳곳에서 번쩍번쩍 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상황을 분석평가하고, 새로운 작전을 짜서 작전 지시를 하고, 유언비어를 퍼뜨려 시위대를 흥분시키고, 폭력사태를 유발해 사상자가 나오도록 하는 등 고도의 공작활동을 곳곳에서 맹렬히 펼치고 있을 것이다. 좌파정권 10년 동안 북의 대남 공작조는 남한 곳곳에 이미 포진을 끝내고 결정적인 시기만을 엿보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이처럼 심각하고 급박한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지 100일 밖에 안 됐지만 국민의 신뢰를 잃고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 하더라도 나라의 기틀을 허물어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정부든 여야 정치인들이든 사회지도급 인사들이 못 마땅해도 우리가 발붙이고 있는 대한민국을 흔들어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모든 사람들이 이해관계와 정파를 초월해 냉정을 되찾지 않으면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맞게 될 것이다. 이러다가 어떤 비극적인 사태가 우리를 덮치게 될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우리는 모든 역량을 동원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것부터 막지 않은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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