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Security Consultative Meeting)와 제29차 한미 군사위원회(MCM: Military Committee Meeting)가 서울에서 지난 11월 6일~7일간 개최되었다. SCM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 국방부는 국방일보(11월 8일자)에 “한미동맹 재조정 성공적 진행 중”, “‘전작권 전환이 전쟁억제력 강화’ 공감”이란 기사를 통해 회의 성과와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일부 학자들도 회의결과를 만족하게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판이하게 다르다. 이번 회의결과 하나로 평가해서는 정확한 분석이 곤란하다. 이전에 있었던 2006년 SCM, 제2차 남북정상회담과 2007년 SCM을 같이 검토해야 한다.
공동성명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미 군사동맹이 기로에 서 있으며 빠르게 와해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일반 국민은 두개의 회의(SCM 및 MCM)가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 심지어 현역군인 대부분도 그 내용을 깊이있게 이해하지 못한다.
필자는 다행히 국방부, 합동참모본부(합참), 한미연합사령부(연합사), 해군작전사령부 등에서 연합분야에 근무하였고, 2001~2002년에는 MCM준비 실무부장(합참)으로서 회의에 두 번 참석했다. 그래서 매년 이 회의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다.
한미군사동맹을 유지하고 있는 3대 축은 연합사, 유엔군사령부(유엔사), 그리고 주한미군이다. 이것으로 인해 한반도에는 전쟁 없이 오랫동안 평화가 유지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핵무기·화학무기·생물무기·탄도탄)로 무장한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 3대 축이 있기 때문이다. 주변 강대국이 독도·이어도 등 한국의 영토를 넘보지 못하는 것도 이 3대 축이 있어서 그렇다.
그런데 이것이 동시에 무너지고 있다. 이 정부의 잘못된 안보정책으로 인해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친북반미정책을 추진하면서 북한의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함에 따라 한·미의 혈맹관계도 붕괴되고 있다. 정부가 ‘자주’와 ‘평화’라는 용어로 포장하여 국가안보를 허물고 있어 국민들이 이를 알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한미 국방부는 2006년 S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한국단독행사와 연합사 해체에 합의했다. 이어서 정부는 국회의 반대결의와 재향군인회·성우회·3군사관학교 총동창회 등 예비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7년 2월 한미국방장관회담에서 전작권 전환과 연합사 해체를 2012년 4월 17일 1000시에 완료하기로 했다. 차기정부에서 아예 수정이 곤란하도록 못질을 한 것이다.
미국도 이렇게 해서는 한국의 안보가 위태로워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국의 끈질긴 요구에 따라 하는 수없이 수용했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앞으로 미국은 북한이 남침 시 해군·공군만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이 휴전선에 근접해 있어서 지상군 지원이 필수적인데 이를 포함하지 않았다.
더구나 서울방어에 필수전력인 주한 미2사단도 반미데모를 핑계로 동두천에서 후방인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한 것이다. 북한의 10만 특작부대를 고려해볼 때 앞으로 서울방어는 사실상 곤란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일치된 견해다. 군 원로들은 미2사단이 만약 평택으로 이전하면, 북한이 사전 징후 없이 하루정도면 서울점령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2012년 이후에는 주한 미2사단이 완전철수를 해도 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이런 잘못된 합의에 대한 이행을 2007년 SCM에서 재확인한 것이다. 공동성명 제8항에 ‘양 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억제력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점에 공감하면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하여 합의된 과제와 추진일정을 준수할 것임을 확약하였다’고 명시했다. 여기서 전작권이 한국군에게 전환되면 과거보다 전쟁억제력이 당연히 ‘약화’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화’하는 것으로 하여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현 연합사체제·전작권에서는 미증원군이 즉각적으로 지원되고 그 규모가 69만 명· 5개 항공모함강습단·전투기 2000 여대 등 미국군사력의 50%(한국군의 10배 이상 수준)이다. 연합사가 해체되면 일부 해군·공군의 지원만 가능하고 그것도 즉각적인 지원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이라크전쟁에서 소규모 전투병 파병을 해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우리가 거부하고 지원병(의료·건설) 3,000여명을 보내는데 1년 6개월이 소요된 것을 생각하면 된다. 미증원군이 즉각적으로 와야 북한의 남침을 억제할 수 있는데 이것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한국의 전쟁억제력이 강화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마디로 전작권이 전환되고 연합사가 해체되면 한국의 대북 전쟁억제력은 자연히 소멸된다. 대 주변국에 대한 전쟁억제력도 마찬가지로 소멸이다.
다음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10.2~10.4)에서 남북한이 유엔사의 해체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6·25전쟁에 대한 종전선언이 될 경우 유엔사는 해체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남침으로 결성된 조직이기 때문에 그렇다.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체결되자 참전 16개국은 앞으로 북한이 재침 시 유엔사의 조직 하에 즉각 참전하기로 하면서 미국군만 제외하고 모두 철군했다. 이 약속은 한국의 튼튼한 대북 전쟁억제력이다. 그리고 유엔사는 평시 정전협정의 준수를 감독하고 육지(한강하구 포함)의 비무장지대(DMZ)와 해상의 북방한계선(NLL)을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2007 남북정상선언 제4항에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합의한 것이다.
이후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만이라도 조기에 추진하기 위해 송민순 외교통상부장관이 미국을 방문하여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강요하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 미국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며, 이것도 북한 핵무기 폐기가 완료된 이후에 논의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판단이 설득력이 높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의 위협에 바로 노출되어 있는 현 상태에서 종전선언을 할 경우 북한의 적화통일을 바로 초대하는 격이 된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이번 2007년 SCM 공동성명의 9항에 ‘양 장관은 고위급실무회의를 통해 정전관리 책임조정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진전사항에 만족을 표명하였다. 양 장관은 합의된 로드맵에 따라 유엔사와 한국군간 정전관리 책임조정을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전에 완료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명시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북한 핵무기의 완전폐기와 관계없이 유엔사의 해체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뜻이다. 연합사해체(2012년) 이전에 가능한 조기에 유엔사의 임무를 한국군으로 이관하여 유엔사의 존립기반을 제거하자는 구상이다. 정부는 이미 유엔사의 동의 없이 2007남북정상선언의 제5항에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설치를 명시했다. 여기에는 NLL에 남북공동어로구역·평화수역 설정, 북한선박의 NLL통과, 한강하구 비무장지대 내 골재채취를 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유엔사는 이렇게 할 경우에 NLL의 비무장지대 기능이 소멸되어 무력충돌이 빈번해지기 때문에 정전협정의 준수차원에서 이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정상선언 실천을 위해 제2차 남북국방장관회담이 이번 달에 평양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다. 여기서 남북은 어떤 형태로든 NLL에 관한 논의가 있을 것이다. 우리 측은 앞으로 NLL관리권을 유엔사에서 인수할 것임을 설명하면서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이다. 2007년 SCM공동성명도 결국 유엔사의 조기해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바와 같이 한국안보의 근간인 한미군사동맹의 3대 축이 조직적으로 와해되고 있다. 전작권 전환과 연합사 해체는 2012년 4월에 완료되게 된다. 유엔사의 해체도 정부의 성급한 추진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주한미군의 주둔 명분이 완전히 사라진다.
주한미군은 3.7만 명에서 2.5만 명으로 이미 감군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추세라면 주한미군의 전면철수도 불가피할 것이다. 임무도 없는 부대가 무엇 때문에 남의 나라에 남아 있겠는가. 미군이 철수한 월남은 곧 공산화되었고, 필리핀은 최빈국으로 추락했다.
햇볕정책과 남북화해협력정책에 묻혀 한국의 안보가 송두리째 허물어지고 있다. 국민들이 이를 알아차릴 틈도 주지 않고 정부는 일사천리로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 안보불감증과 '자주(自主)'라는 망상도 이에 편승하고 있다. 군사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통곡할 일이다.
미국은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 한국의 요구가 워낙 완강하여 하나 둘씩 마지못해 들어주고 있다. 미국은 현재 전 세계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힘겹게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대테러전쟁에 매우 소극적이다. 더구나 잘못된 대북정책과 퍼주기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촉진했다. 북한이 한국의 자금지원으로 만든 탄도탄은 이미 제3세계에 수출되어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이제 북한 핵무기의 확산이 국제적인 초미의 관심사이다. 그런데 우리는 북한의 눈치를 보면서 확산방지 노력에도 동참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보다 북한이 더 중요한 안보협상 파트너인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한국을 배제한 채 미·북 양자회담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도 현용의 군사력이 부족하여 이라크·아프칸에서 연합작전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의 방위를 위한 연합사 작전계획 5027에 따라 미국군사력의 50%가 한국으로의 전개를 위해 24시간 묶여 있기 때문이다. 이 군사력을 한국이 스스로 필요가 없다고 하니 미국은 더없이 반가운 것이다. 한국에서 점증하는 반미감정도 작용했다. 안보적으로 많은 책임을 안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한국국민이 주둔을 원하지 않으면 한국을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전작권과 연합사해체를 쉽게 합의한 것이다.
지금 세계는 자주국방을 지양하고 연합방위체제로 가고 있다. 1978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안보를 지켜온 현 연합사는 가장 훌륭한 연합방위체제로 전 세계가 평가하고 있다. 주적(主敵)이 없는 일본은 우리의 연합사체제로 가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이 핵보유국인 북한과 주변 강대국을 혼자서 자주국방으로 상대하겠다고 하니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어떠한 명분으로도 한미군사동맹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한국의 생존을 지켜온 한미군사동맹의 3대 축은 현재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이를 허무는 정부의 정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정부는 군 원로와 군사전문가, 재향군인회·성우회·3군사관학교 총동창회 등의 전작권전환 반대·연합사해체 반대·유엔사해체 반대, 북핵 폐기, 서해NLL사수의 함성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제 우리 국민도 국가생존의 소중함을 알고 안보정책을 직접 챙겨야 할 것이다. 다음정권에서는 국가의 안보를 튼튼히 하는 정책이 반드시 수립되어야 한다. 청문회를 해서라도 안보를 허무는 정책에 앞장선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밝혀야 할 것이다. 지난 11월 7일은 연합사창설 29주년이 되는 날이다. 한국을 위해 가족과 떨어져 먼 이국에까지 와서 희생하고 있는 미군과 유엔사 장병들에게 감사한다.
김성만(전 해군작전사령관, 예비역 해군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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