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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구석구석 썩은 정권은 없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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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구석구석 썩은 정권은 없었다.

새벽이슬1 2022. 4. 8. 12:29


 

< 시론>이렇게 구석구석 썩은 권력은 없었다
이용식 주필

김정숙 여사의 옷값 현금 결제
권력 불투명성 보여주는 상징
윗물 흐리니 곳곳에 탁류 넘쳐
검찰 손발 묶고 立法 통한 부패
뭉갰던 스캔들 퇴임 후 폭발 땐
통합 명분으로 덮기 힘들 수도


만우절 농담인 줄 알았다. 지난 1일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현금 결제는) 명인과 디자이너 같은 분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고 했다. 김정숙 여사가 옷값·구두값을 5만 원권 지폐로 수백만 원씩 지불한 것이 들통난 뒤의 해명이었다. 검은돈을 굴리거나 탈세를 하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예우가 아니라 불쾌감을 느낄 것이다.

같은 날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은, 김 여사의 단골 디자이너 딸이 청와대에 근무 중임이 드러나자 “관저 근무 직원”이라며 “전혀 모르는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공직자 공개채용을 원천 부정하는 발상이다. 6급 상당 행정 요원이라는 직책부터 모호하다. 게다가 프랑스 국적자라고 한다. 관저에 그런 공무원이 필요한지는 또 다른 문제다. 옷 심부름 등을 하는 집사로 보이는데, 이재명 전 경기지사처럼 별정직 공무원으로 정식 채용하거나, 아니면 사비로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 게 옳았다.

청와대 인사들이 이런 이치를 모를 리 없다. 만우절 우스갯소리가 아니라면, 윗선 보호 등 말 못 할 사정이 있을 것이다. 김 여사 의상에 대한 의문이 특별활동비 사용 의혹으로 번지자 “사비 카드 결제”라며 진화에 나섰는데, 거짓말로 드러나면서 불길이 더 커졌다. 특활비는 현찰로 지급되고 사용 기록도 남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용도 결백도 입증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통령 부인의 거액 현금다발을 누가 정상으로 보겠는가. 억울하더라도 최대한 소명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의상 구매 내역과 결제 방법 등을 밝히면 된다. 양산 사저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사인 간 거래’라고 버틸 게 아니라 정직하게 설명하는 게 낫다. 지금 청와대가 숨기더라도 머지않아 실상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부패 곰팡이를 죽이는 특효약은 ‘투명과 정직’의 햇볕이다.

윗물이 탁하면 아랫물도 맑기 힘들다(上濁下不淨). 문재인 대통령은 남에겐 관대하고 스스로에겐 엄격하라는 ‘春風秋霜(춘풍추상)’ 액자를 각 비서실에 걸게 했다. 그러나 만우절 두 에피소드는 권력의 구중심처 기류부터 정반대임을 상징한다. 또,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김 여사 의전 비용 정보공개를 거부할 정도로 ‘불투명’하다. 조국·김의겸·김명수 등 ‘바로 아랫물’부터 탁해졌고, 탁류는 윤미향·박원순·오거돈 등 곳곳으로 흘러넘쳤다. 임기 막판까지 알박기 인사와 떨이식 해외 출장이 횡행한다.

이런 상황을 보면, 문 대통령이 왜 특별감찰관을 한사코 임명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권력 비리를 감시할 그 제도는 현 정권이 야당 때 만들었고, 대표 발의자가 현 법무부 장관이다. 반면에 특정 지역·학맥을 앞세워 검찰 손발을 묶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만들어 친위대처럼 부리려 했다. 다수 의석을 악용한 ‘입법 부패’도 심각하다. 한국에너지공대법은 합법적으론 불가능한 한전공대 설립을 강요하는 법이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검수완박 입법도 다르지 않다.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는 ‘국가가 부패할수록 법이 많아진다’고 경고했는데, 지금 상황에 딱 들어맞는다.

권력 주변에 부패가 전혀 없을 순 없지만, 시종일관 구석구석 이렇게 악취가 진동하는 정권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 등장이 역설적 증거다. 역대 정권은 일단 스캔들이 발생하면 자식이든, 친인척이든, 측근이든 과감히 정리했다. 그런데 현 정권은 대부분 덮고 뭉갰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치적 사법적 운명을 함께했던 안종범 전 경제수석은 5년 동안 주로 감옥에서 쓴 비망록 ‘안종범 수첩’에서 “국민 기대보다 2030% 더 높은 수준의 대응을 해야 민심이 돌아온다”는 뼈저린 교훈을 기록으로 남겼다.

탈원전, 울산선거 개입 등 문 대통령과 관련된 여러 사안이 미결 상태다. 딸·사위 주변도 개운치 않다. 박 대통령에게 적용했던 수동적 뇌물, 묵시적 청탁, 경제공동체 법리를 들이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지율이 5년 전 당선 득표율 41%를 오르내리는 데서 안도감을 느낄지 모르지만, 극심한 편 가르기와 나랏빚 415조 원을 퍼부은 선심에 기댄 사상누각일 뿐이다. 권력 위세에 숨죽였던 사람들이 증언하기 시작하면 와르르 무너진다. 퇴임 대통령 불행의 악순환이 끊어지길 바란다. 그러나 국민통합 명분으로 덮고 넘기기엔 너무 심각한 문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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