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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자와 보낸 락다운

새벽이슬1 2020. 12. 22. 09:31



[이코노미스트 번역] “음모론자와 함께 보낸 락다운”

음모론자들이 들고나오는 ‘큐어넌(QAon)’의 자료들…이는 어떤 단체일까?

 

영국의 권위 있는 잡지 이코노미스트의 자매지인 격월간지 1843(이코노미스트 창간 연도)은 6월 “음모론자와 함께 보낸 락다운(In lockdown with a conspiracy theorist)”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요즘 트럼프의 부정선거 주장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로는 ‘클린턴’, ‘딥스테이트’, ‘조지 소로스’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주장의 요지는 ‘이 어둠의 세력들이 결탁해 오랫동안 미국을 좌지우지해왔다. 하지만 트럼프가 등장해 이들의 싹을 자르려 했다. 그러자 이들이 언론과 힘을 합쳐 온 힘을 다해 트럼프를 임기 내내 방해했고 결국에는 선거도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큐어넌(QAnon)’ 세력이 퍼나르는 음모론과 궤를 같이 한다. 큐어넌은 온라인에서 Q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익명(Anonymous)의 지도자를 따르는 단체다. 이들은 사탄을 숭배하는 소아성애자들이 이들과 맞서 싸우는 트럼프를 굴복시키기 위한 음모를 펼치고 있다고 믿는다. 클린턴 등 민주당 핵심 인사들이 워싱턴의 한 피자 가게 지하에서 아이들을 성매매하고 이들을 인신매매 했다는 이른바 ‘피자 게이트’도 이들을 통해 다시 확산됐다.

 

1843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거주하는 30대 여성과 큐어넌에 빠진 그의 어머니가 코로나로 ‘락다운’에 빠진 상황에서 보낸 시간들을 기사화했다. 큐어넌 때문에 갈라진 母女관계라는 슬픈 스토리이지만 읽는 내내 헛웃음만 나온다. 미국 부정선거 주장을 한국에 수입해 유포하는 사람들이 구해오는 자료들은 거의 큐어넌 지지세력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큐어넌들이 정확하게 무슨 주장을 하는 사람들인지를 보여주는 이 기사를 全文 번역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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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자와 함께 보낸 락다운

2월 초 어느 날 오후. 매리와 어머니의 관계는 같이 지낼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됐다. 매리는 30대 초반의 여성이다. 최근 안 좋은 일이 생겨 어머니의 방 두 개짜리 트레일러집으로 다시 들어가게 됐다. 가족이 오랫동안 운영해온 농장에 위치한 집이었다.

 

매리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구급차 긴급의료지원요원 일을 하며 바쁘게 살고 있었다. 가끔 쉬는 날이면 늦잠을 자고 밖으로 나가 연못에 있는 물고기들에 모이를 주거나 닭장에서 계란을 수거해오곤 했다. 일과를 마치고 거실에 돌아와보면 어머니는 식탁 의자에 앉아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고 있곤 했다.

 

어머니는 동영상이 끝나자 매리를 쳐다보며 말을 걸었다. “너 5G 네트워크가 어디에서 개발됐는지 아니?” 매리는 모르겠다고 했다. 어머니는 “우한!”이라고 소리쳤다. 우한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한 중국의 한 도시다. 어머니는 “믿을 수 있겠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5G를 이용해 코로나 바이러스를 확산시키고 있다. 5G는 전자파도 사용하는데 이걸로도 사람이 죽을 수 있다”고 했다.

 

매리는 어머니에게 그만 말하라고 했다. 이는 틀린 주장이라고 했다. 이런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했다. 어머니는 “너는 멍청하고 깨어있지 못해”라고 소리쳤다. “너는 항상 나의 의견을 공격하고 너의 의견을 모든 사람들에게 강요하려고 한다”고 했다.

 

매리는 “뭐라고?”라고 했다. “그건 당신이 나한테 하는 일인데”라고 했다. 어머니는 독기에 가득 차 말했다. “여기는 내 집이다. 네 생각과 거짓말은 너 혼자만 갖고 있어라. 너는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나쁜 년이다”라고 했다.

매리는 방으로 후퇴했다. 작은 침대와 램프, 작은 수납장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의 이 방은 매리의 피난처가 됐다. 매리의 어머니는 닫힌 문을 넘어 30분 넘게 소리를 질렀다. 도널드 트럼프, 로스차일드 가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그리고 다른 유명한 정치인들 이름을 언급했다. 어머니의 장황한 비난은 귀마개를 껴도 들릴 정도였다.

 

매리는 어머니와 의견을 같이하지 않는 데 익숙한 사람이다. 매리는 공화당 가족에서 유일한 민주당 지지자이다. 그래도 과거에는 대화는 가능했다. 매리는 어머니를 베스트 프렌드로 생각했었다. 이들의 관계는 2018년 이후부터 고함과 비난으로 가득 차게 됐다. 그의 어머니가 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퍼뜨리는 음모론인 큐어넌(QAnon) 운동에 빠지게 된 시기다.

 

2월 그날의 오후. 매리는 한 시간 후쯤 방에서 나왔다. 아무 일도 없는 듯 행동했다.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매리는 어머니가 언제 다시 돌변할까 계속 걱정하며 두려워했다. 이 때문에 심한 두통을 앓았다. 매리는 “당신이 한 번 생각해봐라. 이 사람은 나를 길러준 사람인데 어느 순간 갑자기 힐러리 클린턴이 아이들을 잡아먹고 아이들을 제물로 바치고 있다고 믿게 됐다”고 했다. 매리는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내가 알고 있는 엄마가 아니고 다시는 평생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비밀스럽고 사탄을 숭배하는 엘리트 집단이 전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은 음모론 세계에서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18세기 유럽에서는 일루미타니라고 알려진 비밀 집단이 있었다. 계몽주의 정신과 합리주의 정신을 전파하고 미신을 배척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였다. 이 집단이 프랑스 혁명을 지휘했다는 주장이 있었다.

 

최근 사례로는 1963년 존 F 케네디 암살 사건이 있다. 美 중앙정보국(CIA), 정부 고위 관료, 혹은 ‘그림자 정부’가 이를 지휘했다는 음모론이 퍼졌다. 1980년대에는 ‘Satanic Panic’으로 알려진 집단 히스테리의 시기가 있었다. 국제사회의 엘리트 계층이 가담한 사탄을 숭배하는 집단이 아이들을 학대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2016년 대통령 선거 당시 힐러리 클린턴은 ‘피자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공격을 받았다. 워싱턴 DC의 한 피자 가게 지하에서 민주당 고위 관계자들이 아동 성매매를 했다는 미친 주장이다.

 

큐어넌은 2017년 10월 ‘4chan’이라는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처음 등장했다. 이 사이트는 자신들을 ‘대안 우파’라고 칭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한 곳이며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 표현을 처음 만들어낸 사람의 존재는 알려지지 않았다. 4chan에 올라오는 모든 글은 익명이다. 이 사람은 자신을 ‘Q Clearance Patriot’, 혹은 이를 줄여 ‘Q’라고 불렀다. 그는 자신이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료로 정부 내부에 깊숙이 침투한 세력이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정황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Q가 처음 작성한 글들 중에는 힐러리 클린턴이 곧 체포될 것이며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CIA가 심어놓은 꼭두각시라는 내용이 있다. Q의 글들은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할리우드 스타 등이 포함된 사탄을 숭배하는 아동성애자 집단에 대한 우려에 집중돼 있다. 이들이 언론을 조작하고 미국 정부와 대통령이 비밀스러운 전쟁을 치르도록 만들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트럼프가 ‘폭풍(Storm)’이라고 알려진 군사작전을 강행해 반격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한다. 작전의 목표는 이 집단에 가담한 사람들을 관타나모에 있는 감옥에 보내는 것이라고 한다. 관타나모는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치를 당시 쿠바에 만든 감옥으로 인권 유린 문제로 비판의 대상이 된 바 있다. 이 사람들이 체포가 되면 ‘大각성(Great Awakening)’, 즉 이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이뤄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음모론은 키보드 워리어들을 통해 확산됐다. 이들은 암호처럼 된 글들을 해석하고 이를 온라인에서 논의한다. ‘빵가루를 따라가라(Follow the breadcrumbs)’라는 말이 자주 사용된다. 이는 Q가 남긴 글을 해석하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이들은 Q의 글을 줄여서 ‘drops’라고 부르기도 한다. 음모론 전문가인 마이애미 대학교 조셉 우친스키 교수는 지금 상황을 “차원이 다른 음모론, 다르게 말하자면 개인이 알아서 음모론을 선택하고 탐험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주장 자체가 매우 모호하기 때문에 이미 다른 음모론들을 믿고 있거나 큰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독자들이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증거들을 찾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큐어넌을 믿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을 ‘안티 백신’ 세력이라고 말한다. 백신을 맞으면 사람들이 병을 앓게 된다는 뜻이다. 이들은 외계인과 UFO도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들은 정부가 이에 대한 진실을 숨기고 있다고도 생각한다.) 큐어넌 지지자로 20만 명 이상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조던 새서가 영상을 하나 올린 게 있다. 빌 게이츠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계획했다는 내용이다. 말도 안 되는 내용임에도 이런 음모론을 믿는 사람이 있다. 5월 실시된 유거브와 야후 뉴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의 절반가량은 빌 게이츠가 사람들 몸에 추적장치 기능이 있는 작은 칩을 심기 위해 코로나 백신 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을 믿는다.

 

큐어넌은 더 이상 소수의 집단이 아니다. 음모론 관련 방송 채널인 큐어넌 어나니머스를 운영하는 트래비스 뷰에 따르면 이 음모론을 지지하는 세력은 약 100만 명에 달한다. 2019년 여론분석 회사인 Civiqs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3분의 1, 폭스 뉴스를 자주 시청하는 사람들의 절반가량은 큐어넌 음모론이 대부분, 아니면 일부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큐어넌 지지자들 중에는 영향력이 큰 사람들도 포함돼 있다. 비영리 언론감시기관인 미디어 매터스에 따르면 최소 40명 이상의 전현직 연방의원 후보자가 큐어넌 음모론을 믿는다. 이 후보자들이 실제 선거에서 당선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오레건주에서는 조 퍼킨스가 5월 치러진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승리했다. 그는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한 편이다. 나는 Q와 이들의 팀과도 한 편이다”라고 했다. 그는 이런 내용의 영상을 선거 당일 트위터에 올린 바 있다. 그는 “큐어넌들에게 감사하다. 애국자들에게 감사하다. 우리가 함께라면 우리의 공화국을 지켜낼 수 있다”고 했다. (이 동영상은 나중에 삭제됐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음모론 확산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에 따라 음모론의 내용도 조금씩 바뀌게 됐다. 큐어넌들은 주류 언론이 사람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기 위해 코로나를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트럼프가 엘리트 계층의 한 집단의 싹을 자르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톰 행크스와 그의 부인이 3월 11일 코로나 바이러스 양성으로 확인됐다. 큐어넌들은 이것을 ‘폭풍’이 다가오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였다. 이들은 톰 행크스가 코로나에 걸린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가 저지른 범죄행위로 인해 체포됐다고 주장했다. (행크스는 이로부터 얼마 후 ‘Saturday Night Live’ 방송에 출연했다. 큐어넌들은 이 역시도 완벽한 가짜라고 주장했다.)

 

큐어넌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성에도 의문을 갖는다. 이들은 가짜 치료방법과 잘못된 정보를 유포시켰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큐어넌 지지자들 일부가 미국의 락다운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지난 4월 한 큐어넌 지지자는 힐러리 클린턴과 조 바이든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뉴욕에서 체포됐다. 그는 10여 개의 칼을 소지하고 있었다. 지난해 작성된 FBI의 내부 문건은 큐어넌을 잠재적 국내 테러 위협으로 명시했다.

 

매리의 어머니가 항상 음모론을 믿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식을 매우 조심해서 키운 부모였던 것은 명백해 보인다. 1999년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13명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녀는 당시 10세였던 매리와 그의 남동생을 자퇴시켰다. 아이들은 4년간 ‘홈스쿨’을 했다. 매리는 어머니가 총격 사건 발생 이후 심각한 편집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홈스쿨로 인해 가족관계는 더욱 끈끈해졌다. 이 가족은 함께 사냥이나 낚시를 나가곤 했다. 사륜구동 자동차를 몰고 주말엔 드라이브를 떠나기도 했다. 자신을 ‘엄청난 범생이’라고 표현하는 매리는 승마에도 소질을 보였다.

 

매리가 학교를 그만둔 얼마 후, 즉 10년 전, 그의 부모는 이혼했다. 매리는 어머니가 온라인에 떠도는 모든 문제에 빠져버린 것은 이때부터라고 했다. 몇 년 후 매리의 어머니는 매리에게 ‘켐트레일(chemtrail)’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는 비행기가 지나간 자리 뒤에 남기는 구름 모양의 흔적은 정부가 나쁜 목적을 갖고 화학물질을 뿌리고 있다는 내용의 음모론이다. 매리의 어머니는 미국의 연방긴급사태관리청이 권력을 사용, 사람들을 텍사스에 있는 비밀 수용소에 가두려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매리는 어머니의 시각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어머니와 쇼핑을 나가는 등 ‘여자들만의 시간’을 보냈다. 당구를 치거나 좋아하던 멕시코 음식점에서 밥을 먹기도 했다. 매리는 자신의 결혼생활이 무너지자 안식을 찾기 위해 어머니를 다시 찾았다.

 

트럼프가 당선되고 큐어넌이 등장했다. 매리가 어머니로부터 이 음모론의 정식 명칭을 들은 시기는 2018년이다. 공화당 州에 살던 매리는 “反정부 성향, 남을 믿지 않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 익숙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문제는 이전 것들보다 더 거대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의 어머니는 페이스북에 큐어넌 음모론과 관련된 글을 계속해서 올렸다. 매리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려줬다. 존 F 케네디가 아직 살아있다, 뉴욕에 있는 땅굴에 아이들이 갇혀 있다는 등의 얘기를 했다. 어머니는 이런 이야기를 얼굴이 빨개지면서 했다. 숨도 헐떡거릴 정도였다. 매리는 어머니가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매리는 “그녀는 한 번도 틀리지 않는다. 만약 엄마가 화가 났다면 이는 누군가가 거슬리게 해서일 것이다. 큐어넌의 무엇이 이렇게 사람을 흥분한 상황으로 만드는 건지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매리도 이 무렵 인생에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말을 타다 사고를 당했다. 엉덩이 부분을 다쳐 수술을 해야 했으나 돈이 부족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사는 많은 사람들처럼 매리 역시 진통제에 중독됐다. 노스캐롤라이나는 아편 오남용 문제의 핵심이 되는 곳이다. 2018년 연말, 매리는 노숙자가 됐고 헤로인에 빠지게 됐다 (헤로인은 다른 마약보다 저렴하다). 그러면서 다른 마약중독자들과 어울리게 됐다. 집에 돌아가고 싶었으나 어머니는 큐어넌 얘기만을 계속하려 했다. 매리가 이에 반대하면 어머니는 분노에 휩싸였다.

 

어머니의 집에서 갈등을 빚느냐, 길거리에 나앉느냐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했다. 그는 길거리를 선택했다. 매리는 “멍청한 결정이었다. 또 다시 마약에 빠지게 됐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내 감정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매리는 한 해를 거의 약에 취해서 보냈다. 어머니와 대화를 하려고 하면 이야기는 항상 큰 제약회사와 큐어넌에 대한 이야기로 빠졌다. 어느 추운 겨울 밤, 매리는 근처에 있는 헛간에서 잠을 자야만 했다. 짚을 몸에 덮고 잤다. 그는 “정말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엄마가 간절히 필요했다”고 했다. 매리는 이런 말을 하며 거의 울었다. “엄마는 Q의 말을 전파하는 십자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는 것 같았다. Q의 말이 직접 낳은 딸보다 더 중요해 보였다”고 했다.

 

매리는 인터넷에서 큐어넌피해자 단체를 통해 어느 정도 안식을 찾았다. 이는 사랑하는 사람이 음모론에 빠진 사람들의 단체다. 6월 기준으로 회원은 4000명에 달했다. 전세계적으로 락다운이 시작된 3개월 전보다 8배 가량 늘었다. 뉴저지의 한 여성은 음모론에 빠진 남편과 이혼을 하려고 한다. 그의 남편은 알콜중독자 치료 모임에 나갔다가 이 음모론에 빠지게 됐다. 그녀의 말을 빌리면 이 남성은 하나에 중독돼 있다가 이를 다른 중독으로 바꿔치기 했다. 회원들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모들이 큐어넌에 빠지며 수십 년간 있어왔던 다른 음모론과 이를 연계시키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눈다. 매리는 이 단체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가족 중 한 명과 이런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사람들은 자신이 인지하지도 못한 채 다른 가족 구성원을 멀어지게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라고 했다.

 

매리와 그의 어머니가 다시 합치게 된 이유는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처하게 된 상황 때문이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기 매리는 입원을 하게 됐다. 매리는 자가면역질환 때문에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이 약이 효과를 보지 못했고 매리는 코마 상태에 빠지게 됐다. 매리는 회복 과정에서 인생을 다시 설계해나가기 위해 노력했다. 매리는 어머니의 집에 머물며 몸에 쌓인 독을 빼내기로 했다. 응급구조 관련 직장을 얻었고 돈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노스캐롤라이나를 휩쓸었다. 응급구조 일은 더욱 바빠졌고 매리는 지쳐만 갔다. 이 전염병은 어머니의 믿음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페이스북에서 무언가를 보게 되면 핸드폰에 불이 나기 시작했다. 하고 있는 모든 일을 멈추고 이 음모론을 더욱 깊게 연구하게 됐다. 전염병이 번지자 소셜미디어를 통해 판타지가 확산됐다. 영국 런던의 킹스 컬리지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5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관련 정보를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를 통해 접하는 사람들일수록 락다운 관련 규정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

 

매리는 어머니와 함께 PBS 방송에서 나오는 줄기세포 관련 다큐멘터리를 봤다. 그의 어머니는 갑자기 “사람들이 아기들을 죽이고 있다며 사탄과 연계시키더니 민주당원들이 아기들을 제물로 바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매리는 어머니의 생각과 분노를 보며 두려움을 느끼는 단계까지 이르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3월 어느 날 오후. 매리는 어머니에게 집을 나가겠다고 했다. 근처 작은 집 월세를 구할 정도의 돈을 저축한 것이었다. 그는 “이런 일들을 이렇게 강력하게 믿는 사람과 살 수 없었다”고 했다. “나는 이제 이런 얘기를 듣기 싫으면 듣지 않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이 음모론은 계속 커져만 갔다.

 

매리의 어머니는 몇 주에 걸쳐 4월 1일에 정전이 발생해도 놀라지 말라는 말을 했다. 대각성에 앞서 ‘10일간의 암흑’이 찾아오는 것이라고 했다. 대각성의 날이 오면 전세계가 비로소 자유를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매리는 그날 어머니와 함께 뉴스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전기가 나갔다. 매리의 어머니는 거의 울면서 “그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몇 시간 뒤에 전기는 다시 들어왔다. 매리의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매리는 “골대가 계속해서 옮겨지고 있다”며 “변하는 상황을 계속 따라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5월 미국 전역에서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대한 시위가 벌어졌다. 그는 약 9분간 경찰관 무릎에 눌려 있다가 숨진 흑인 남성이다. 이 사건에 대한 Q의 지령이 떨어졌다. 안티파와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의 자금을 조지 소로스 등이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Q는 “미합중국 대통령의 행동이 다가오고 있다”고 예언했다.

 

매리는 자신의 집을 얻어 안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Q가 어머니의 인생에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어머니를 만나도 대화를 나눌 주제가 거의 없게 됐다. 매리는 “이런 일로 관계가 무너지는 것을 보는 것은 매우 아픈 일이다”라고 했다. “엄마를 더욱 더 멀리 밀어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엄마이기 때문이다. 엄마를 되찾는 것보다 더 원하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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