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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 풍경- 국가원로회 서신 본문
국가원로회 서신 149호 - 가마솥 풍경 -
'한강 가마솥'에는 동면에 들어갔던 저수지나 연못에서 온 개구리들로 가득차 있었다. 서리가 내릴적부터 개구리들은 찰싹 몸을 맞대며 추위에 떨었고 개울물은 바짝 얼기 시작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얼음천정에 쩌엉 쩌엉 금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잠깐 사이 그곳은 가마솥이 되어 버렸다. 모두들 개골거리면서 차가웠던 얼음이 녹아내린걸 느끼며 이게 무슨일인가 고개들을 갸웃둥 거렸다.
밖에서는 빨간 개구리들이 무언가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장작개비를 하나 더 던지라는 소리도 섞여 있었다. 토닥토닥 타들어가는 모닥불 소리와 함께 추위에 웅크려졌던 가슴은 저절로 펴지고 따스한 햇살이 내려쪼이는 봄날이라도 온듯한 산뜻함이 온 몸에 퍼졌다. 얼마전에 동면으로 헤어졌던 남자 친구가 여자친구 가까이 헤엄쳐가서 "오랫만이야" 인사를 나누더니 등에 올라탔다.
수온이 조금 내려가니까 밖에있는 빨간 암캐구리 한 마리가 '검찰개혁' 이라는 장작개비를 더 집어던지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올챙이에서 벗어나 엄마품을 떠났을적, 하얀 목련이 피면 느껴지던 포근한 봄 졸음이 찾아와 스르르 눈을 내리 깔면서 장작불은 참 좋은거구나 생각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오월 초여름 청포꽃이 흐드러질녂 단오절 물맛이 날때는 이제 한바탕 기지개라도 펴고 싶을 지경이었다. 가을 암캐구리는 옳다구나 좋을시고 소설을 썼다.
그런데 아까부터 늙은 개구리는 아무래도 무언가가 이상하다 생각했다. 철쭉꽃 냄새도 안나고 그 연한 물푸레나무 잎사귀도 보이지 않는데 물은 왜 차가움이 없어졌는지 의아해하며 눈을 꿈벅 거렸다. 주위를 돌아보니 버들치 친구도 하나 없었고 심심하면 혀 한 번 내둘러 낚아채 먹었던 하루살이 한마리도 얼씬 거리지 않으니 이상한 것이었다. 하지만 옆에서 개굴개굴 젊은 친구들의 달빛 좋아 쾌지나칭칭 노랫가락에 그의 생각은 어디론가 날라가 버렸다.
빼곡하게 쌓아둔 장작마다에는 빨간 매직 팬으로 큼지막한 글들이 하나씩 씌여 있었다. '개구리가 먼저다' 는 장작과 함께 '지역경제살리기' 수표가 붙은 장작이 던져지자 희미했던 가마솥 수면의 물안개가 따스한 입김처럼 점점 뽀얗게 차오르기 시작했다. 개구리들은 기분이 좋다며 희희덕거렸다. 빨간 개구리들은 밖에서 그런 가마솥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흘렀다.
물이 점점 데워지자 개구리들은 칠팔 월 햇살이 생각났다. 때는 바야흐로였다. 먹는 것이 없는데도 완장을 차니 배가 불렀다. 휴가나온 아들 개구리가 중대장 개구리의 지시라며 광화문에 나간 아비 개구리를 코로나 환자라고 신고해 버렸다. 병원마다는 음성이라 하는데 아들은 못믿겠다고 보건소까지 아비를 끌고가 양성을 받게하고 포상휴가를 더 얻었다.
가마솥 밖 빨간 개구리들의 다문 입이 귓가로 달렸다.
국정농단을 파헤친다며 두 대통령, 한 대법원장, 세 국정원장을 꿀꺽 삼켜버리고 빨간 개구리들이 비빠빠룰라 춤을 추게 만들었던 황소개구리가 갑자기 물이 이상하다고 튀어 오르더니 밖에있는 파란 개구리에게 삿대질을 해댔다. 어느날엔가 밖에서 툭 던져지기에 수상쩍다 했는데 이제는 달라졌다 한다. 어떤 늙은 개구리는 그게 빨간 개구리들의 술책이라고도 하였다. 그 황소개구리가 냇가에 묻힌 청개구리 어머니의 영험을 타고 태어나 이 물이 펄펄 끓기전에 꺼내줄 것이라는 개구리도 있었다. 그런데 아직도 때약볕 기승더위를 즐기는 개구리들은 이 물이 언제 끓겠느냐고 개굴개굴 비아냥 웃었다. 앞길이 구만리인 청춘 개구리들이었다.
엊그제 '5.18 유포금지' 장작개비와 대동강 너머로 '삐라배포금지' 장작개비가 던져지더니 이번에는 '공수처법 처리법안 통과' 라고 써진 대형 장작개비까지 활활 타올랐다. 그때부터인것 같다. 그 장작개비로 황소개구리를 맨 처음 삶아버린다는 소문이 가마솥안에 퍼지기 시작했다. 소문과 함께 가마솥 안의 물도 점점 수온이 높아졌다. 올챙이 적을 갓 벗어난 자영업 영세 개구리들은 더 심하게 숨을 할딱거리기 시작했다. '경제 3법' 이라고 씌어진 장작개비가 던져지자 제법 토실토실 살집이 올라 부러움을 샀던 삼십대 굵은 개구리들마져 뜨거운 물기운을 느꼈는지 한마리 두마리 위로 튀어오른다. 태극기를 만드는 이상한 개구리들도 있었다.
2중대장 개구리는 넙죽 엎드려 아홉 번 절을 하고, 총대 거꾸로 맨 대여섯 글쟁이 개구리들 저마다 한마디씩 보신책 이랍시고 국과 떡을 내놓는데 토갱지병(土羹紙餠)이라, 흙으로 우려낸 국이고 종이로 빚은 떡이었다. 못먹겠다 개굴개굴. 너나 먹어라 개굴개굴. 속이 빨개선지, 안할걸 그랬는지 물도 빨간 색갈로 변하면서 더욱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황소개구리가 월성 1호기 타고 또 튀어 오르려하자 빨간 개구리들이 무거운 솥뚜겅을 들고 가마솥으로 다가와 파란 개구리에게 건넸다. 솥 안 개구리들 엄마 무덤이 떠내려간다며 또다시 개굴개굴 울어대기 시작했다. 스스로 한꺼번에 솟구치질 못하고 눈치만 살피며 개굴개굴 울어댄다. 두렵기는 하여도 설마 저것들이 우릴 삶아 먹기야 하겠느냐는 속없는 앙탈이었다.
'대동강 개구리' 가 파란 개구리의 울음소릴 듣고 입이 벌어지는가 했더니 이내 엄숙하게 기염을 토(吐)한다. 누이 개구리가 대동강 쪽으로 풍선을 보내지 말라고 반년 전에 청승까지 떨고 개성 개울집도 쾅 터뜨렸는데 이제야 그 법이란걸 통과시켜놓고 잘했다고 칭찬받으려는 거냐고 힐난한 것이다.
시일야방성대곡 늙은 개구리들 대공수사 댓자도 못하도록 빠알간 내곡동 외눈박이 개구리 닥달도 하라하니 파란 개구리는 기가 찼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잘못 했다간 고사포로 고모부 개구리까지 폭사시킨 무지막지한 왕초 개구리가 '파란 개구리는 간첩 개구리' 라고 개굴개굴 울어대는 날이면 아무리 병신같은 한강 개구리들이라도 그 가마솥에서 한꺼번에 뛰쳐나와 저를 집어 던질거 같아서 코로나 백신이라도 나오는대로 보내줄 참이었다.
파란 개구리는 솥뚜껑을 덮는다. 명예를 찾겠다는 황소 개구리 마지막 기회라며 칼을 갈고 있는데 두 달이 뭐냐며 먼저 뒈지라고 어디 감히 파란 개구리에 니까짓게 대드냐고 빨간 개구리들 황소 개구리에 독침을 쏘아댄다.
공수처법 장작개비 활활 타오르고, 한강 가마솥은 부글부글 끓는다. 울산시장 개구리와, 조국 경심 개구리, 라임펀드 옵티머스 월성1호 개구리는 뜰채로 건져지고, 생각없는 개구리들 뀌스 드 구루누이, 개구리 뒷다리가 폭폭 삶아진다. 엄마죽어 개굴개굴, 아빠죽어 개굴개굴, 아기죽어 개굴개굴, 한강 가마솥은 보글보글 끓는다. 지글지글 끓는다. 개구리 뒷다리도, 개구리 앞다리도 푹푹 삶아진다. 가마솥은 뜨겁다.
2020년 12월 18일
가만히 있으면 삶아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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