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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업자의 고민

새벽이슬1 2011. 3. 5. 22:39

요즘 막걸리 업자의 고민
이여영

막걸리 제조 및 판매 업체로 <월향>의 고민을 솔직히 말해볼까 합니다.
다른 막걸리 업계보다 먼저 막걸리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문제를 풀어보려고 애쓰는 편이라고 자부하는데요.


몇 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벽에 부딪친 느낌입니다. 어떻게 보면 모든 제품이 그렇듯, 막걸리도 품질이나 마케팅 면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고 나서 맞닥뜨린 필연적인 고민거리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편법이나 기만 없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고심중입니다.

 

일부 업체들은 이 문제를 고의적으로 피하거나 에둘러 풀고 있는데, 저희로서는 정면 돌파를 하고 싶거든요. 그러나 경제적인 문제건, 기술적인 문제건 그 해법이 지금으로선 그렇게 마땅치가 않습니다.

 

모든 원료를 국산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막걸리를 전통주로 격상시키려는 사람들은 그간 막걸리 국산화에 헌신해왔습니다.
일단 수입 밀가루나 수입 쌀 일색이었던 주재료를 그간 국산 쌀로 대체해왔습니다. <월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주재료가 충남 홍성산 유기농 쌀입니다. 여기에 일부 수입쌀을 섞어 써오다, 얼마 전부터 이마저도 완전히 국산 쌀로 대체했습니다. 이렇게 유기농 현미가 아닌 일반 쌀을 섞는 이유는 유기농 현미만으로 막걸리를 제조하는 데 기술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도정 안 된 쌀, 현미는 단백질이 유독 많아 발효 막걸리를 만들기가 어렵습니다(자기들끼리 쉽게 뭉치는 성질을 지니는 단백질은 모든 종류의 발효주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최대의적입니다).

 

흥미로운 건 이렇게 국산 쌀 100%로 제조법을 바꿨더니, 정작 소비자들이 맛이 떨어졌다고 불평하더라는 겁니다. 이유는 짐작할 만 합니다. 수입 쌀은 반입 및 유통 과정에서 오랫동안 저장된 것입니다. 반면 국내 햅쌀은 너무 신선해서 발효했을 때 특유의 깊은 맛이 덜하기도 합니다. 가능하면 국산 햅쌀을 사서 장기관 보관해야 하는데, 그러자니 창고 시설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마치 우리 기업들이 부품 국산화를 본격적으로 시도하던 1990년대, 국산 부품 탓에 일시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던 상황과 흡사합니다. 이 문제는 장기간에 걸쳐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진짜 막걸리가 100% 국산이라고 주장하려면, 막걸리의 각종 첨가물도 모두 국산이어야 합니다. 첨가물의 원료조차 전부 국산이어야 합니다. <월향>이 여기에 도전했습니다. 그런데 딱 하나, 올리고당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에 직면하고 말았습니다. 막걸리의 발효 촉진을 위해 첨가하는 올리고당은 옥수수가 주원료입니다. 그런데 국내에서 시판되는 올리고당 대부분은 중국산 옥수수로 만들어집니다. 국산 옥수수가 많이 생산되지도 않고 원가도 워낙 비싸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월향> 하나를 위해 국산 옥수수를 재료로 한 올리고당을 만들어 달라고 제조업체에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100% 국산 막걸리를 만드는 일은 산 넘어 산입니다.

 

아스파탐을 꼭 넣어야 할까?

 

막걸리의 단 맛을 내기 위해 첨가하는 아스파탐은, 조미료 업계의 MSG 같은 존재입니다.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완전히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반감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대상입니다. 물론 유해하다는 결과도 많습니다. 그러나 유해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MSG의 경우처럼 타협적인 결론이 나오기 마련이죠. 엄청나게 많이 섭취하지 않을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식의.

 

이런 상황이다 보니 마치 조미료 업계가 천연 재료를 갈아 만든 천연 조미료를 구하듯, 막걸리 업계는 아스파탐을 대체할 천연 감미료를 갈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마땅한 게 없습니다. 경제성까지 감안하면 당분간 아스파탐 대체제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약간의 단 맛에 인이 박힌 소비자들에게 발효주 특유의 쓰고 신 맛만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소비자의 반감이 아직 MSG만큼 커진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아스파탐이란 존재를 어떻게 해야 할까? 막걸리 업계의 골칫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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