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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 다, 궁지몰린 박지원

새벽이슬1 2010. 10. 24. 14:39

野도 "지나쳤다"… 궁지 몰린 박지원

 "시진핑 '평화 훼방꾼' 발언한 적 없다" 공식 발표
"발언에 신중했어야" "국제 망신 자초" 비판론… 신뢰성에 큰 타격 입어
박지원 "사실 말한 것… 국익 위해 언급 않겠다"
"中통역 그대로 전했다" 측근은 한발 빼기도

중국 정부가 21일 중국의 차기 최고지도자로 확정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부주석이 지난해 5월 중국을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평화 훼방꾼"이라고 말했다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발언을 공식 부인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시 부주석이 이같은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고, 청와대는 "국익을 훼손하는 이적행위와 다를 바 없다"며 박 원내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했었다. 이후 양측이 날선 공방을 주고 받았던 '진실게임'은 이날 나온 중국 정부의 공식입장으로 결말이 났다. 이 과정에서 박 원내대표는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우선 이런저런 구설수(口舌數)를 낳곤 했던 박 원내대표의 신뢰성에 큰 흠집이 생겼다. 또 정쟁(政爭)에 중국 차기 지도자까지 끌어들이며 한국 정치권을 국제 무대에서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이날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박 원내대표 발언의 진위를 묻는 말이 나오자 "확인해 본 결과 이런 발언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 대변인은 또 "우리는 관련 보도와 한국 정부의 해명 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지금까지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해 본 적이 없다"고 큰소리를 쳤던 박 원내대표와 "사실을 얘기했는데 여권이 왜 공격하느냐"고 반박했던 민주당측은 '당혹감'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박 원내대표가 오후 늦게 자신 명의의 보도자료를 내놨을 뿐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아무런 논평을 내놓질 않았다. 박 원내대표는 보도자료에서 "우리 정부의 강경일변도 대북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을 촉구하기 위한 의미에서 사실을 말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 이상 논란이 되는 것은 한·중 양국 간의 외교관계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며 국익을 위한다는 차원에서 그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동시에 시 부주석 쪽에서 데려온 중국인 통역사에게 책임을 미루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측 관계자는 "당시 통역사가 '북한미국과 대화하도록 한국이 도와야 하는데 잘못하고 있다'는 취지의 시 부주석의 말을 뭉뚱그려 '훼방'이라는 북한식 표현을 사용했고 박 원내대표가 이를 기억해 말한 것"이라고 했다.

"강력 대응 요망" 외교장관 메모지에 담긴 청와대 주문… 21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성환 외교부 장관의 메모지에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평화 훼방꾼”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강력 대응 요망”이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메모의 가려진 부분에는‘VIP 지시’라고 적혀 있어, 청와대 측이 김 장관에게 강력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이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박 원내대표가 무리수를 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

작년 5월 시 부주석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면담할 당시 그 자리엔 우리 외교관 3명이 배석했었다.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로서 진중한 성격의 시 부주석이 상대국 정부를 향해 '훼방꾼'과 같은 비(非) 외교적 표현을 썼을 리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었고, 박 원내대표는 발언에 신중했어야 했다"(민주당 고위당직자)는 것이다. 이날 외교통상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같은 당 문희상 의원도 "차기 중국 지도자가 될 분과 우리 대통령 관련 발언을 쉽게 하면 안 된다.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을 태워선 안 된다는 속담이 있다"고 말했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를 낙마시키고 영포라인 의혹 등을 제기하며 주가를 올렸던 박 원내대표가 이번 일로 '말의 신뢰성'에 타격을 받았다는 지적도 있다. 박 원내대표는 최근 국감장에서 확인과정을 거치지 않은 '제보' 수준의 의혹을 제기했고 민주당 내에서 "대여(對與) 공격도 좋지만 너무 앞서 나가는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오던 참이었다.

그의 신중치 못한 발언으로 인해 국내 문제에 중국 외교부까지 끌어들이는 상황이 벌어짐으로써, 결과적으로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중국 정부가 다른 나라 정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에 대해 신속하게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일치된 견해이다. 차기 최고지도자가 다른 나라의 내정 다툼에 휘말려 드는 것에 중국 외교부도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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