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필자, 미국 정부의 前 고참 對北 공작관, 그리고 고위급 탈북자가 만나 두 시간 동안 토론한 결과 아래와 같은 분석에 대체로 동의하였다. 1. 김정일은 이번에 중국을 방문할 때 김정은을 데리고 가지 않았다. 김정일은 胡錦濤 중국 주석을 만났을 때 후계자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김정일이나 북한노동당정권은 권력승계에 대하여 중국의 양해를 얻는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다. 중국 공산당도 공산주의에 逆行하는 권력세습을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지지할 수가 없다. 2. 김정일이 중국에 간 것은 對北봉쇄망에 걸려 위기를 맞은 북한에 대하여 중국이 경제지원을 해줄 것을 호소하기 위함이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하여 조건 없이 6자 회담에 복귀할 것을 설득, 동의를 받았다. '조건 없는 복귀'는 북한으로선 양보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한국과 미국으로선 선듯 받기 힘든 카드이다. 3. 김정일이 만주의 김일성 발자취를 찾아다닌 것은 김일성을 이용하여, 떨어지는 자신의 位相을 높이려는 對內用이었다. 4. 오는 4일 개막되는 북한노동당 대표자회는 망가진 黨 기구를 복원, 김정일의 有故時 대비하기 위함이다. 특히 정치국을 정비할 것이다. 김정일이 죽으면 政治局이 黨의 권력을 승계한다. 지금은 정치국 상임위원이 김정일 혼자뿐이라 그가 죽으면 권력의 진공상태가 생긴다. 5. 김정은은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仄鳧? 김정일의 권위를 회복시켜야 할 시점이지 후계자 문제를 거론하여 권력을 분산시킬 때가 아니다. 김정은은 후계자가 될 만한 자격이 없다. 북한노동당 규약 어디에도 '김정일의 아들'이 수령이 되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김정일처럼 당 요직을 차지하고 실적을 남겨야 수령이 될 수 있다. 김정은은 노동당 간부들이 전혀 모르는 인물이다. 노동당 당원인가조차 확실하지 않다. 북한정권과 김정일이 약화되는 가운데선 3대 세습이 불가능하다. 북한노동당은, 김정일이 '김일성의 아들'이기 때문에 후계자가 된 것이 아니라 실적이 있기에 후계자가 된 것이란 논리를 취하고 있다. 6. 김정일의 有故가 임박한 듯하다. 국제적으로, 남북관계, 북한의 내부 사정, 그리고 김정일의 건강 등 모든 점에서 김정일은 건강과 권위의 회복이 불가능하다. 김정일이 유고되면 정치국이 권력을 승계, 집단지도체제로 갈 것이다. 7. 김정일이 사라진다는 것은 북한에 전례가 없는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김일성이 죽었을 때는 김정일이란 또 다른 우상이 있었다. 김정일이 죽으면 북한주민들은 비로소 神으로부터 벗어난다. 그 충격은 대단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권력에 대한 공포심이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배층안에서 權力갈등이 일어나고 주민들의 행동도 과감해질 것이다. 8.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시작될 것이고 이는 格下의 성격을 띠게 될 것이다. 강제수용소가 해체될 것이다. 강제수용소에 갇힌 이들은 노동당 간부들이 많다. 이들을 해방하여 지지기반으로 삼으려는 세력도 생길 것이다. 북한노동당을 개편, 개혁, 改名하자는 소리도 높아질 것이다. 改革세력이 남한내 從金세력을 죽이기 위하여 비밀자료를 공개할지도 모른다. 9. 배급이 아니라 시장을 통하여 먹고사는 이른바 시장세력은 김정일 정권과 맞서서도 시장을 지켜냈다(작년 화폐개혁 後). 김정일이 죽고 누가 집권하여도 시장세력을 누를 수 없을 것이다. 날로 커지는 시장이 변화의 母胎가 될 것이다. 10. 히틀러, 스탈린, 毛澤東, 차우세스쿠 등 神格化된 지도자가 사망하면 반드시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북한에서는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를 것이다. 그 변화는 북한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11. 한국이 민족자결주의 원칙과 韓美동맹을 견지한다면 북한을 흡수통일,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만드는 데 있어서 중국의 방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12. 김정일은 사회주의의 모순점을 잘 알고 있었지만 개혁을 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우상화 때문이다. 개혁 개방을 하면 우상체제가 무너진다. 우상이 무너지면 전체주의 권력이 해체된다. 김정일 스스로 자신과 아버지를 우상화함으로써 개혁을 하고싶어도 불가능한 함정에 스스로를 몰아넣은 것이다. 그 또한 우상화의 포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