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출발(10)
천안함을 본다
오랜 시간 동안 나는 침묵했다. 그 사이 천안함의 비극이 터졌고 벌써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흐르고 있다. 침몰원인에 대한 국제적 조사결과가 발표되고 마침내 오늘 대통령의 성명이 나왔다.
이 사건은 한반도 정세변화의 분수령을 이룬다. 협상을 통한 북핵 포기, 그리고 북한체제의 변화 없이도 평화가 가능하다는 기대와 환상이 천안함과 함께 동강나버리고 만 것이다.
이제 6자회담 당사국은 물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여러 나라들은 새로운 선택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도전을 받고 있는 나라는 바로 대한민국이다. 나는 오늘 대통령의 성명을 들으며 그 인식과 전략에 깊이 공감하고 전적인 지지를 보낸다. 무엇보다 북한은 변해야 하며, 이는 그들의 자유가 아니라 엄중한 명령이다. 그 변화를 위해 우리는 지금까지 인내하며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나, 돌아온 것은 두 동강 난 천안함이다.
이제 북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 새로운 전략을 세우고 실천할 때이다.
무엇보다 천안함을 보는 국민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힘이 나오고 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 대명천지(大明天地)에 아직도 세습이다, 우상화다, 선군이다를 외치고 있으니, 이를 문명의 이름으로 용인할 수 있겠는가. 그 체제가 바로 천안함의 비극을 불러온 것이다. 이 체제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비극은 끊임없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우리사회 일각이 사사건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에 돌을 던지고 북에 맹종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나로서는 그들에게 현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는 말 이외에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을 놓고 일부 야당이 접근하는 자세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중 어뢰로 천안함을 침몰시킨 사실이 명백히 밝혀진 순간, 소위 야4당 대표라는 사람들이 모여 입장을 발표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비판도 없이 대한민국 대통령과 군부에 대한 비난만 퍼부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요, 서글픈 현실이다.
9. 11 테러 때, 전 세계인이 TV 생중계로 보는 가운데, 테러리스트들이 민간 여객기 4대를 탈취하여 미국 시민 5천 여 명을 일시에 죽이고, 미 국방성 건물을 들이받아 파괴시키지 않았던가. 미국 대통령이나 정부의 책임으로 말한다면, 이번 천안함 사건을 막지 못한 우리 정부의 그것보다 몇 배나 더 무거울 것이다.
그러나 그 미증유의 비극을 앞에 놓고 미국의 어느 정당, 어느 정치인이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 추궁에 열을 올렸던가. 내가 알기로 그 순간 미국인들은 하나가 되어 테러의 위협에 맞섰고, 다시 일어섰다.
테러의 공포로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을 앞에 놓고 그들을 향해 책임을 추궁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협에 맞서야 할 대한민국 정부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 그 당과 정치인들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