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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의 성공, 뉴라이트의 딜레마

새벽이슬1 2008. 4. 4. 12:44
<선개추> 2008.4. 4.

                          < 기 고 >                              (조선일보 4.4.게재)

             *** 뉴라이트의 성공, 뉴라이트의 딜레마 ***
 

박효종·서울대 교수/선진화개혁추진회의 고문


뉴라이트가 고민 중이다. 그 고민은 뼈를 깎는 노력 끝에 대학에 들어간 새내기들이 갑자기 방향감각을 상실하는 것처럼, 뜻을 이룬 사람들이 느끼는 '성공의 딜레마'와 같은 것이다. 정권 교체가 실현된 지금 뉴라이트 가운데 일부는 정권 참여로, 일부는 그 외곽으로, 또 다른 일부는 일상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나름대로의 선택이니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출범 하나만으로 뉴라이트의 철학과 목표가 '온전하게' 실현된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보수의 자기 갱신'을 표방하며 나온 뉴라이트는 찰나적 의미의 정권 교체보다는 훨씬 더 포괄적이며 지속적 생명력을 갖는 장기 프로젝트가 아니겠는가.

좌파진보의 실패는 노무현 정부와 자기들을 동일시한 데서 비롯되었다. 권력쟁취가 천재일우의 기회였으니, 왜 동일시를 마다하겠는가. 그러다 보니 '속물 진보'가 되었다. 천신만고 끝에 권력을 잡은 좌파진보 정권은 참신함보다 오만함을 드러냈다. 권력이 효율을 드러내야 할 곳에서는 무능이 판쳤고, 권력이 잠잠해야 할 곳에서는 꽹과리처럼 시끄러웠던 것이다. 요란했던 과거사 규명과 언론과의 싸움 등은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국민들이 보기에 생뚱맞은 한풀이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러한 좌파권력의 일탈행위를 소리 높여 꾸짖은 진보 지식인이 없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권력을 비판하는 보수에 대하여 잘못되었다며 대립각을 세웠을 뿐이다. 바로 그러한 정권 동일시가 진보를 '폐족(廢族)'의 위기로까지 내몬 것이다. 고대의 악명 높았던 도시, 소돔과 고모라는 10명의 의인(義人)이 없었기에 참담한 비극을 맞았다. 21세기의 한국에도 좌파권력을 매섭게 비판하는 용기 있는 10명의 진보가 없었기에, 노 정부가 그처럼 허망하게 민심의 '쓰나미'를 맞은 것이다.

뉴라이트는 신정부와 스스로를 '동일시'하기보다 '차별화'하는 데서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감시와 견제, 고언(苦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비판적 지지'라고 해도 지지보다는 비판에 무게가 실려야 한다. "초록은 동색"이라거나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보다 "불가근불가원"이라는 말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실용보수의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일을 좌파진보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다. 좌파진보와는 다른 시각에서 정부를 감시하는 보수가 있을 때, 권력은 바짝 긴장하고 딴청을 부리지 않을 것이다. 권력의 품 안에 안기는 보수보다 보수권력을 비판하는 또 다른 재야보수의 존재가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권력에는 플라톤이 갈파한 것처럼, '플레오넥시아', 즉 마실수록 갈증이 더해지는 바닷물처럼 만족할 줄 모르는 탐욕의 속성이 있다. 우리는 이미 권력의 그런 속물적 근성을 보고 있다. 정권교체 후 '성공학'을 쓰겠다는 엄숙한 결의보다 때 이른 권력다툼이 벌어졌다. 또 한나라당도 자신의 힘만으로 정권교체를 이룬 것처럼 거들먹거린다. 물론 "실패의 아버지는 없고 성공의 아버지는 많다"고 하는 옛말이 있기는 하지만, 한나라당의 논리로만 집권한 것이 아니라 뉴라이트의 논리가 천군만마가 되었음을 잊고 있음은 유감이다.

그런 의미에서 뉴라이트는 현 정부에서 '피그말리온 효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리스의 조각가였던 피그말리온은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한 후 사랑을 느껴 신에게 생명을 넣어줄 것을 간청했다. 그 결과 한 여인이 출현했으니, 그의 분신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현 정부는 뉴라이트의 '분신'은 아니다. 뉴라이트에게는 나름대로 이상으로 삼아야 할 '큰 바위 얼굴'이 따로 있다. 뉴라이트는 보수도 정의롭고, 멋질 수 있으며, 또 감동을 줄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시작된 운동이다. 그러니 정권교체가 되었다고 그 정신적인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이제야말로 지속 가능한 보수의 진수를 보여주어야 할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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