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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국경을 넘다" 4부작-조선일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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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국경을 넘다" 4부작-조선일보

새벽이슬1 2008. 3. 7. 00:16
이제 북한을 적국이라 생각하는 젊은이는 많지 않다. 더이상 북한 사람들을 '붉은 승냥이'라 부르는 어린이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일방적인 반공교육을 벗어난 덕분이다. 오랜 진통을 겪은 햇볕정책이 국민 사이에 뿌린 내린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겠다고 선언했다. 같은해 하반기,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건넜다. 이듬해 금강산 관광이 시작됐다. 이른바 햇볕정책이 시작된 것이다.

당시 북한은 힘겨운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고 있었다. 연이은 경제정책 실패. 국민들은 배고픔을 하소연했다. 허기에 지친 이들은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갔다. 북한은 스스로 지상낙원이라 선전해왔다. 결국 천국의 국민들이 지상낙원을 대거 탈출한 것이다.

갈구하던 평화를 얻기 위한 남북관계의 새로운 계약방식은 두가지로 요약된다. 남한 주도의 국제적인 지원과 상호 체제비방 자제가 그것이다. 이 과정에서 천국을 빠져나온 탈북자의 인권은 도외시될 밖에 없었다.

한때는 귀순용사라 불렸던 사람들. 공항에서부터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남한의 품에 안겼던 탈북자.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상의 관심은 줄었지만, 남한에 들어온 탈북자의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미 1만명을 훌쩍 넘은지 오래다.

'천국의 국경을 넘다'는 탈북자의 인권문제를 총정리하는 크로스미디어 기획이다. 우리는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한국, 북한, 중국, 러시아, 라오스, 태국, 일본, 영국, 미국 등 전세계 9개국을 찾아다니며 탈북자를 만났다.

이 과정에서 소문으로만 떠돌던 중국-북한 국경의 여성 인신매매 현장, 군인이 개입된 마약 밀매 현장을 포착했다. 또 세계 최초로 러시아의 북한 자치구인 시베리아 제16 벌목소를 영상에 담았다. 탈북자 신분으로 가장한 취재진은 총 6번의 밀입국을 거듭하며 자유를 찾는 과정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번 기획을 진행하면서 만난 탈북자의 수는 수백명에 이른다. 그들은 제각각 서글픈 개인사를 들려줬다. 모두 조국을 등진 과거를 평생의 짐처럼 안고 다녔다. 하지만 탈북을 후회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들이 조국을 등진 것이 아니라, 조국이 그들을 등졌기 때문이다.

고난의 행군 시기, 북한에서 겪은 믿기 힘들 정도의 처참한 생활상도 들었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탈북자의 삶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려고 애태웠다. 하지만 조국을 잃고 국제 미아가 된 사람들. 그들이 몸과 마음으로 겪고 있는 비극을 고스란히 이해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그만큼 탈북자의 삶은 애닯고 지난했다.

우리가 '천국의 국경을 넘다'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북한의 체제 문제가 아니다. 햇볕정책의 공과를 논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다만 지금 이 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탈북자의 인권유린에 대해 한번쯤 되돌아보는 계기를 갖기를 호소한다.

다가오는 통일한국. 그날이 오면, 지금 제3국에서 단돈 몇푼에 인생을 팔아야하는 탈북 여성은 우리와 같은 한국인이 될 것이다. 또 러시아 곳곳에서 목숨을 담보로 일하는 탈북 남성들 역시 우리의 이웃이 되리라. 결국 탈북자의 비극은 통일한국에서 경험해야 할 이질적인 우리 국민의 또다른 모습이다. 이것이야말로 '천국의 국경을 넘다'의 탄생이 필연적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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