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수위 인선 윤곽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으로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을 내정한 것은 그의 핵심 국정철학인 ‘실용주의’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는 게 이 당선자 주변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 총장은 이 당선자가 평소 측근들에게 밝힌 국정 운영을 위해 ‘영입하고 싶은 인재’의 조건을 두루 갖춘 인사라고 한 핵심 측근이 전했다.
이 당선자 측근들 가운데 일부는 “이 총장이
전두환 정권 때
민주정의당 공천으로 11대 국회의원을 지내 ‘과거 경력’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자는 이 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장고했으나 이 총장으로 최종 낙점했다는 후문이다.
인수위 부위원장에 김형오 의원을 내정한 것은 비정치인 출신 위원장에 대한 보완적 조치의 성격이 강하다. 4선의 김 의원은 성품이 원만하고 한나라당 원내대표로 사학법 파동 등에 무난하게 대처하는 등 정치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 그는 당 공약 개발을 총괄한 정책 전문가다.
당초 이 당선자는 인수위 분과 개수를 줄이려고 했으나 ‘인수위는 철저하게 정권 인수를 위한 프로젝트를 다룬다’는 방침에 따라 오히려 분과를 세분해 ‘이명박 정부’의 비전과 중장기 정책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분과 간사로 유력한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40, 50대 초선 의원으로 각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젊고 유능한 사람들에게 ‘이명박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게 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인수위에서 집권 청사진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정권의 성패가 좌우된다는 역대 정권의 경험을 고려한 것이다. 이 당선자와 호흡을 맞춰 온 검증된 젊은 정치인들을 분과 간사로 기용해 경제 살리기, 정부 조직 개편 등 임기 초기에 해결해야 할 과제들의 해결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겠다는 게 이 당선자의 구상이라는 설명이다.
정두언 의원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정무장관실 국무총리실을 거쳤다. 이 당선자와는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맡으면서 인연을 맺은 이 당선자의 ‘복심(腹心)’이다.
박형준 의원은 동아대 교수 출신으로 경선 때부터 이 당선자의 대변인을 하면서 최측근으로 부상해 역시 기획 정무 분과 간사로 꼽히고 있다.
간사로 거론되는 정치인 가운데 유일하게 재선인
박진 의원은 당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외교 전문가다.
사회·문화·복지·교육 분과 간사 내지 위원으로 꼽히는
이주호 의원은 한국개발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출신으로 대선 과정에서 이 당선자의 교육 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성균관대 교수 출신인 박재완 의원과 행정고시 출신으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실 보좌관 등을 지낸 최경환 의원의 발탁은 경제 분야 전문성과 함께 각각 강재섭 대표, 박근혜 전 대표를 배려한 측면도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이경숙 인수위원장 내정자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은 대학가의 손꼽히는 최고경영자(CEO)형 ‘스타 총장’이다. 이 총장은 1994년 3월 총장에 취임해 무려 4번 연달아 선출됐으며 2008년 8월 31일 65세 정년을 맞는다. 교수들의 직선으로 4번 연속 선출된 것은 한국 대학 사상 전무한 기록이다.
평소 ‘섬기는 리더십’을 강조해 온 이 총장은 지난해 6월 총장 취임 때 공언했던 학교발전기금 1000억 원 모금에 성공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지식경영 마인드’를 강조하며 프랑스의 세계적 요리학교 ‘코르동 블뢰’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등 2006년 건학 100주년을 맞은 숙대를 경쟁력 있는 학교로 키워냈다는 점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게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자는 9월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때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노력을 다했지만 이 총장의 고사로 실패한 바 있다.
이 총장은 학창시절 숙대의 ‘스타’였다. 경기여고를 졸업한 뒤 숙대 정치외교학과 61학번으로 수석 입학과 수석 졸업을 했고 학생회장도 지냈다.
이 총장은 한 인터뷰에서 경기여고를 졸업한 뒤 숙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당시 숙대 가정대학장 표경조 교수가 경기여고 총동문회장을 했는데 숙대에서 특별장학생을 모집했다. 4년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고 용돈까지 주는 파격적인 조건이었고 교수 채용 조건도 있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숙대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 캔자스대에서 정치학 석사, 사우스캐롤라이나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하고 귀국해 1976년부터 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일하면서 정법대학장, 기획처장 등 요직을 거쳤다.
여성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면서 11대 민정당 전국구 국회의원,
남북적십자회담 자문위원, 노사관계개혁위원회 위원,
국민의 정부 시절 제2건국범국민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등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다.
남편은 최영상 전 고려대 부총장으로 슬하에 1남 1녀가 있다. 바로 아래 여동생은 이숙자 전 성신여대 총장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매일 오전 4시 반에 일어나 기도를 드린다. 이 당선자가 장로인 소망교회 권사이기도 하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