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임정치와 거리 먼 '통합신당' > < 세계일보 8.1.게재 >
12월 대선이 다가오면서 범여권 세력들이 또다시 이합집산에 나섰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여권임을 자부하던 이들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그동안의 잘못된 정국 운영에 대한 책임은 뒤로한 채,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이름도 길어서 헷갈리는 간판만 그럴듯하게 바꿔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 정치의 기본인 책임정치 구현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2003년 열린우리당이 민주당과 갈라설 당시 서로 입에 담지 못할 독설을 쏟아내던 부류들이 오늘에 와서는 또 ‘대통합’을 한다며 신당을 만들고 있는 것은 ‘지나가던 소도 웃고 갈 일’이 아니겠는가. 정당이란 이념과 정책에 따라 이합집산이 되어야 하는데 지역주의에 기반하고 무조건 반(反)한나라당을 위한 헤쳐모여식 잡탕 정당은 정치 선진화와는 너무나 동떨어진다. 도대체 우리의 젊은 세대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인지를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불과 4개월 전 세습정치에 대한 당 내외의 거센 비판과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김홍업 의원에게 ‘전략공천’이란 특전을 베풀었으나 그도 아버지의 훈수에 따라 그 당을 탈당했다. 박상천 대표가 배신행위라고 반발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러한 범여권의 대통합 신당 창당을 빌미로 한 이합집산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리모컨’ 정치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노벨평화상까지 받고 해외에 널리 알려져 대대로 존경받아야 할 국가적 지도자가 말년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권 재창출에만 몰두하는 패거리·지역주의 정치 행태를 남기는 것은 후세를 위해서나 정치 선진화를 위해서 너무나도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89회 생일을 맞은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은 모두 정치적으로 탄압받고 옥고를 치렀으며 70대의 나이로 대통령이 됐고 임기 중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생일날 오후 만델라는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등과 범세계적 문제들을 논의했다.
남아공에서 그는 단지 존재함으로써 국가의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화해자’ 역할을 유감없이 해내고 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불행하게도 만델라의 ‘위대한 화해자’로서의 이미지도 역할도 갖고 있지 못하다. 우리는 얼마나 불행한 국민인가.
김 전 대통령은 존경받아야 할 민주화의 상징이다. 그러나 그는 책임정치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훼손하고 있으며 엷어져 가는 호남인들의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무(無)책임정치, 무민주주의’를 되새기며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재 진행되는 정치권의 이합집산과 비(非)선진화된 정치행태를 보면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에 선진 정치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정치에도 고객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경영 마인드를 도입하라는 것이다. 자본주의적 경영 마인드의 중요한 동력은 경쟁이다. 정치에 경영 마인드가 도입되면 정당은 선의의 경쟁을 벌여야 하며 경쟁력이 없는 정당은 도태된다.
또한 최소의 비용으로 고객인 국민을 최대로 만족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정당 운영의 투명성, 고효율성을 확보하고 선진기업들이 창조적 경영 마인드로 첨단정보기술을 토대로 기업의 모든 프로세스를 개혁하듯이 경영혁신기법을 도입해 정치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제 정치권은 체질화된 낡은 관행과 구태를 과감히 타파하고 업그레이드된 투명한 정치시스템으로 전면 개혁해야 한다. 뼈를 깎는 성찰과 과감한 쇄신을 통해 지식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만이 우리나라 정치가 다시 사는 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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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FTA 성사 위해 국회가 나설 때> <조선일보 7.24. 게재>
한국의 통상교섭본부장과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지난달 말 워싱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합의문에 공식 서명했다. 이로써 지난해 2월부터 17개월 간 지루하게 진행돼 온 협상은 완전히 종결됐다. 그러나 미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 지도부가 며칠 전 FTA 반대 성명을 발표함으로써 미 의회 비준은 난항이 예상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했던 빌 클린턴 대통령과 달리 힐러리 의원은 한미 FTA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FTA와 세계화는 일부만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지난 20년 간 미국 경제성장의 절반이 상위 1%의 부유층 주머니로 들어갔다며 사모펀드와 헤지펀드에 대한 세금 인상을 통해 부를 재분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도 유세 과정에서 “세계화된 경제에 적응했다는 전문직 인력마저도 부지기수로 일자리를 잃고 있다”며 이런 기류에 동참하고 있다.
이렇게 미국 민주당의 대선주자들이 세금 인상을 통한 부(富)의 재분배, 각종 복지정책의 강화, 자유무역주의 반대, 국내 일자리 보호 등을 외치며 포퓰리즘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포퓰리즘 정책을 통해 노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인식 아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법적으로나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한미 FTA 내용 개정까지 주장하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의회의 신통상 정책까지 반영해준 자동차 협상에 트집을 잡고, 쇠고기 생산 벨트인 몬태나 네브래스카 등 중부권 지역 민주당 의원들은 주민 불만을 앞세워 한미 FTA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한미 FTA 반대파 목소리가 갈수록 우세해지면 한미 FTA가 미국 의회에서 통과되겠느냐는 비관론도 높아지고 있다. 양국 통상장관 서명식까지 한 한미 FTA에서 주도적 역할은 행정부였다. 그러나 이제 양국 의회로 공이 넘어갔다. FTA가 효력을 얻으려면 양국 의회에서 통과돼야 하기 때문이다. 의회 승인을 못 얻으면 협정문은 무용지물이 된다.
따라서 이제 국익을 위해 우리 국회의원들이 나서야 할 때다. 정부가 비준을 요구하면 그때 가서 보자는 식의 소극적 자세로는 안 된다. 각 당이 대선을 향한 후보 경선과 정파적 이합집산에 함몰돼 외면하고 미룬다면, 어렵게 추진해온 한미 FTA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 국회에서 미 의회보다 먼저 한미 FTA 협정안을 통과시켜, 미 의원들의 추가 협상 요구에 쐐기를 박고 미 의회의 동의를 유도할 수 있는 압박카드로 활용해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 지금이야말로 국민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국회의원들이 나서야 할 때다. (끝)
이 영 해
한양대학교 교수
yhlee@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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