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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 전여옥 의원이 작년 연말에 낸 ‘暴風前夜(폭풍전야) 1, 2’는 자유민주주의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원래 저술가이고 칼럼니스트인 전여옥 의원이 진솔하게 엮어낸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바로 폭풍전야에 놓여 있음을 다시 한번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전여옥 의원은 오늘날 한나라당이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사실 나 자신도 차떼기 파문과 탄핵 역풍 후 난파선 처지가 된 한나라당을 박근혜-전여옥 투톱(two top) 체제가 구해 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것을 해 냈다. 특히 전 의원이 없었더라면 한나라당은 초라한 영남 지역당으로 전락하고 말았을 것이며, 노무현 정권은 나라를 완전히 망가뜨렸을 것이다.
전 의원의 ‘저력(底力)’을 그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전여옥 죽이기’에 나섰고, 전 의원은 좌파 정권과 그 배후의 음습한 세력이 퍼부은 십자포화(十字砲火)를 혼자 힘으로 막아내야만 했다. 전 의원의 이런 ‘괴력(怪力)’이 어디서 나왔을까 ? 많은 공부와 독서, 폭넓은 견문, 그리고 글 쓰는 사람이 갖고 있는 논리성이 그런 전 의원을 있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전 의원이 비범한 ‘용기’(courage)를 갖고 있기에 그것이 가능했다고 할 것이다.
‘惡’을 ‘惡’으로 부르는 용기
정치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virtue)은 바로 ‘용기’이다. 정치인의 ‘용기’는 동기(motive)에서 울어 나오는 것이다. 책에서 알 수 있듯이, 전 의원이 한나라당이란 난파선에 뛰어 들어 정치를 시작한 데는 분명한 동기가 있었다.
전 의원은 ‘악’을 ‘악’으로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 정치인이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악’을 ‘악’으로 부르는 데도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세상에 ‘악’이 만연해 있고, ‘악’의 세력이 강할 때에는 ‘악’을 ‘악’으로 부르는 데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악’을 주저하지 않고 ‘악’으로 부른 위대한 정치인으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을 들 수 있다. 레이건이 임기 초에 소련을 ‘악의 제국’(Evil Empire)라고 부르자 잘난 체 하는 지식인과 언론인들은 레이건이 외교를 모르고 소련을 불필요하게 자극한다고 난리를 쳤다. 하지만 레이건은 “‘악’을 ‘악’으로 부르지 못하면 세상에 정의가 서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소련이 붕괴되고 나서야 사람들은 레이건이 옳았음을 비로소 알게 됐다.
한나라당이 좌파 정부를 붕괴시키고 정권을 되찾아 한국을 정상화시키려면 ‘악’을 ‘악’으로 부르는 용기가 있어야 하는 데, 유감스럽게도 그런 용기를 갖은 의원은 전 의원 외에 별로 찾아 볼 수 없다. 여하튼 우리는 전 의원의 ‘용기’를 이 책의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저들이 원하는 것은 그런 단순한 사회 변화가 아님”을 일찍이 간파한 전 의원은 그 엄청난 계략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했다. 전 의원은 탄핵안이 통과되자 방송 카메라 앞에서 ‘쇼’를 부린 정동영 의원을 ‘오만방자하고 비루한 존재’이라고 불렀다. 또, 구찌백 뇌물로 추락한 MBC의 신강균은 “래리 킹처럼 멜빵을 멨지만 그의 기자 정신은 혁대 없는 바지처럼 흘러내려 사나운 몰골을 드러냈다”고 했다. (이 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달리 있을까.)
전 의원은 자기가 노무현 대통령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정함’ 때문이라 한다. 전 의원은 노 대통령이 ‘철없는 세입자’이고, ‘세상물정 모르는 막가파 세입자’ 대통령이라는 부른다. (이 부분에 대해 나는 약간의 이견이 있다. 세상 물정 모르고 저지르는 것이라면 오히려 다행이기 때문이다.)
정치판의 무례, 안이한 한나라당, 위선적인 열린당
책은 ‘라이언 일병’ 보다 구하기가 더 어려워 보이던 한나라당을 구하기 위해 정열적으로 일한 전 의원의 피와 땀의 기록이기도 하다. 전 의원은 대변인으로 보낸 20개월이 20년이나 된 듯하다고 했다. 그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 충분히 상상하고도 남는다.
책을 통해 신문 등 일반 언론을 통해서는 알려지지 않은 2004년 17대 총선의 뜨거웠던 현장을 느낄 수 있다.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가 대단한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대해 자신도 놀랐다고 말한다. 또한 박 대표가 살고 있던 집이 수녀관(修女館)을 연상시킬 정도로 검소한데 놀랐다고 말한다.
책은 또한 정치인들의 무례함과 비상식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전 의원은 도무지 왜 야당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동료 의원들에 대해서도 매서운 비판을 가하고 있다. 전 의원은 열린당이 위선자들의 집단이라고 말한다. 너무나 지당한 평가다. (‘위선’에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위선’을 넘어 ‘반역’으로 이어지지 때문에 더 문제다.)
背水의 陣을 친 치열함
전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면 우리나라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단언한다. 그런 만큼 한나라당은 배수(背水)의 진(陣)을 치고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전 의원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자유와 시장과 인권을 위해” 자신을 바치겠다고 말로 600쪽에 달하는 책의 끝을 맺고 있다. (랜덤하우스 刊, 1, 2권 각 11,000원)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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