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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광풍~참극 본문
[카페 2040] 코인으로 돈 털린 썰.txt
코인 안 하면 바보될 것 같은 불안
뒤따라 들어가 돈 털리고 설거지
도박 중독자 도스토옙스키처럼 이제는 본업에 충실할 때가 왔다
한강에 앉아 홀로 깡소주를 마시고 킬킬 웃는다. 배우 천호진이 KBS 드라마 '황금빛 내인생'에서 보여준 이 장면은 최근 코인 폭락 이후 즐겨 사용되는 인터넷 밈(meme)이 됐다.
아이: 아빠는 왜 코인 안 했어?
아빠: ……. 했었어….
부자가 되지 못한 사내의 비애(悲哀)가 담긴 이 우스갯소리 앞에서 나는 웃을 수가 없다. “압구정동이 논밭일 때 땅 한뙈기 안 사놓고 뭐했느냐”는 자식의 핀잔을, 훗날 코인 한번 해보지 않은 자가 듣게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늦었다는 걸 알면서도, 발 한번 안 담가보면 후회할 것 같은 초조함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그런 연유로 한 달 전 나는 코인 거래소 앱을 휴대폰에 설치했고, 상승 폭이 컸던 잡(雜) 코인에 월급의 상당 부분을 베팅했으며, 며칠 뒤 절반을 잃었다.
단타로 치킨값이나 벌자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실제로 동료 중에 비트코인으로 수십억원의 대박을 터뜨려 퇴사한 사례가 있다. 1원에 거래되던 코인이 두 달 만에 10원이 됐다. 1억원을 걸었다면 10억원이 된 것이다. 이 단순 산술과 돈 복사의 경험담이 광풍을 주도했다. 그러나 근본이 없기에 작은 악재에도 차트는 요동치고, 간(肝)이 작은 슬픈 개미들은 우수수 시체로 쌓인다. 코인이 낳는 최악의 폐해는 어제를 지속적으로 후회하게 한다는 점이다. “팔걸.” “살걸.” 후회를 만회하기 위해 후회할 짓을 하게 한다. “가즈아”가 어딜 가리키는지는 알 수 없다. 하락장 다음엔 산송장이 기다리고 있다.
코인이 도박이라는 의견에는 이견이 없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문의해보니, 코인·주식 관련 상담 건수가 지난해 동기 대비 60% 증가했다고 한다. 30대의 경우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그러나 특정 세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얼마 전 미술관에서 만난 60대 유명 화가에게서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5년 전부터 코인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을 상당량 지니고 있었고, 지금은 만원 단위에서 노니는, 불과 1년 전 동전에 불과했던 코인을 다종 보유한 상태였다. 그 선각자는 서른 살이나 어린 내게 지금 사둬야 할 구체적인 종목까지 일러줬다. 해당 코인은 그러나 일주일 뒤 반 토막이 났다.
몇 차례 폭락 이후, 한강 수온(水溫)을 묻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손실 탓에 해보는 괜한 소리겠으나, 밤에는 아직 17도로 싸늘한 편이다. 야수의 심장으로 최고점에 전 재산 11억원을 넣고 ‘존버’에 몰린 남자, 장인(丈人)의 유산까지 끌어모은 돈 1억원을 코인으로 잃은 뒤 아내에게 반찬 그릇으로 맞았다는 남자, 어리석고 애처로운 남자들…. 코인으로 인한 이혼 비중이 최근 늘고 있다. 나는 이들이 지금 마포대교나 교외 저수지 주변을 서성이고 있지 않기를 바란다.
비극의 대가 도스토옙스키(1821~1881)는 상습적으로 아내에게 무릎을 꿇었다. 편지에서도 “앞으로 절대 도박은 하지 않겠다”며 “당신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되겠다” 다짐했지만 곧 눈이 돌아갔다. 특히 룰렛을 사랑했는데, 바늘이 어디서 멈출지 알 길 없이 감(感)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코인과 다르지 않다. 돈에 쪼들린 그는 출판사에서 선금을 받고 미래의 작품을 저당잡혔고, 새 소설을 기일 내 탈고하지 않으면 모든 저작권을 빼앗길 위기까지 처했다. 부랴부랴 속기사를 고용해 27일 만에 써 내려간 책이 바로 ‘노름꾼’이다. “이런 빌어먹을 놈의 도박! 당장 집어치우겠습니다. 다만….” “다만 뭡니까. 다만 본전을 뽑고 싶다는 것인가요?” 이 자전적 소설에 대해 작가는 “일종의 지옥을 묘사한 것”이라고 했다.
본전 생각이 날 때마다 속이 쓰리지만, 이제 헤어나올 시간이다. 개미지옥에서 벗어나는 데 적지 않은 고통이 따를 것이나, 도스토옙스키가 다 털리고 소설에 매달렸듯 이제 다시 일터를 떠올릴 때가 됐다. 한강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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