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2월 7일은 전 기무사령관이었던 이재수 장군께서 검찰 조사를 받다가 투신하신 지 꼭 2년 되는 날 입니다. 무심한 가운데도 세월은 참 빠르게 흐릅니다.
저는 2011년 부산지검장 근무시 지역 사단장이셨던 이 장군님을 만났고 그후 각자 공직을 마친 후에도 교류해 오다가 2018년 봄부터 문 대통령의 느닷없는 특별지시로 세월호 유가족 사찰 혐의로 기무사령관이었던 장군님과 장성들이 조사를 받을 때 장군님 변호를 맡기로 했습니다.
투신하시기 나흘 전, 직권남용죄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장군님은, 변호인이었던 저에게 "이미 부하 간부들이 다 구속되었고 나도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이 1%도 안되는데 심사를 받겠다고 하는 게 의미가 있느냐"고 물어왔습니다.
저는 이 장군께 "사령관님이나, 먼저 구속된 부하 장성들이나 세월호 사고 직후 군의 구조작업 당시 모두 본연의 기무활동을 했던 것이지 유가족들 사찰을 한 것이 아니었잖느냐 아무런 죄가 없다고 본다. 사령관이 법정에서 그것을 따지고 싸워야 먼저 구속된 부하 장성들도 살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이 장군님이 "구차해 보이지 않겠느냐"고 하기에 그러면 "영장심사를 포기할까요? 나가서 할 말을 해야 할 것 아닙니까"고 저가 재차 묻자, 잠시의 침묵 끝에 결국 영장심사 법정에 나가기로 동의했습니다.
결국 다음날 오전에 저와 함께 검사실까지 갔음에도, 저가 한 발 먼저 법정으로 이동하는 동안 아둔한 검사가 이 장군님 손목에 수갑을 채우고 법정으로 데려왔습니다. 저는 그것을 다음날 신문 보고 알았고 당시는 몰랐습니다.
법정에서 영장심사 법관에게 물론 저도 나름으로 변론했지만, 이 장군께서는 "기무사령부 장병들이 했던 일들은 모두 정당한 임무수행이었고 만약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전부 사령관인 자신의 책임이니 나를 처벌하고 전부 풀어달라"고 피력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당당하고 소신에 찬 피의자, 아니 참 군인을 그 전이나 그 후에 본 적이 없습니다. 군과 군인의 명예를 짓밟는 세력들 앞에서 이 장군님은 군과 군인의 명예를 지키고자 안간힘을 다했고, 그 결과 그날 밤 12시 무렵 1%도 가능성이 없다고 본 영장이 기각되었습니다.
영장심사를 마치고 결과가 날 때까지 대기하기 위해 서울구치소로 가면서 이 장군님은, 영장이 기각될 것 같다는 저의 호언장담에도 자신은 구속될 거라 본다면서, 입었던 코트를 벗어 제게 맡기고 갔었고 투신하시기 전날 오후 그 코트를 찾으러 제 사무실에 오신 것이 생전의 마지막 만남이었습니다. 투신하시기 1시간 전에 전화로 대화는 나누었지만 말입니다.
그때 이 장군께 차라리 영장심사를 포기하게 하고 그냥 구속이 되게 두었더라면 지금까지 교도소에서 계셨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유명을 달리 하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하는 자책감은 늘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이 장군님의 명복과 유가족분들의 평안을 기원 합니다. 고(故) 이재수 장군의 영원한 변호인으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