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점에서 '총선 필패론'을 꺼내는 이유가 뭔가.
"한국당은 지지율만이 아니라 시선도 '박스권'에 갇혀 있다. 위기 감지 능력이 완전히 퇴화해서 지금 어떤 처지에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하는 것 좀 보라'면서 내년 총선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이건 민심을 바로 읽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말하겠는가."
―실제 지역 유권자 분위기는 어떤가.
"최근 술자리에서 동석한 분이 '문 대통령이 잘하는 것 하나도 없다'고 비판하더라. '그러면 한국당 찍으실 거냐'고 되물었더니 '갑자기 여기서 한국당 이야기를 왜 꺼내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이것이 현실이다. 내년 총선에서 밀린다면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말한 민주당 장기 집권이 현실화될 것이다."
![자유한국당 김용태 의원이 18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한국당에 대한 지지로 착각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궤멸적 패배를 당할 것”이라고 했다.](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907/19/2019071900276_0.jpg)
―한국당은 현 정권에 비판적인 유권자를 왜 흡수하지 못하나.
"언어와 태도부터 틀렸다. 한국당은 지금의 정치·언론 환경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합리적인 지적을 하면 인정하고 속도감 있게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당은 '잘못하지 않았다'고 한다. 더 나아가서 '뒤집어씌운다'고 반박한다. 이런 태도가 유권자들의 반감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놓아줘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과감히 결별하자는 얘기다. 박스권에 갇힌 시선을 중도 통합으로 돌려야 한다. 유승민·안철수·김종인·원희룡 누구라도 좋다. 문재인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반문 연대'로 뭉쳐야 한다."
―유승민·안철수 같은 분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우리와 함께하려면 그분들에게 명분과 공간을 줘야 한다. 중도 통합이라는 '명분'이 있어야 이들이 한국당과 함께할 수 있다. 다음은 이 사람들이 '빅 텐트' 안에서 설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한국당이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
―여당도 인적 쇄신을 말하는데 한국당은 어떤가.
"민주당은 현역 의원들이 자진 사퇴하면서 유권자에게 감동을 주려 할 것이다. 여당은 자진 사퇴해도 갈 자리가 많다. 한국당은 집권당일 때야 천하의 인재들이 몰렸지만 지금은 아니다. 인재 영입 구조 자체가 바뀌었는데도 성공한 사람을 모셔오겠다는 옛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김 의원이 내부 총질한다는 비판도 있다.
"나 하나만 당선되면 된다는 시각에서 보면 (이런 고언이) 내부 총질로 비치는 거다. 유권자들은 '너희가 잘하면 찍어줄게. 문 정권 실정을 한번 막아보라'고 생각한다.
―황교안 체제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나.
"이대로 가면 큰일 난다는 위기감이 있을 때 비상한 수단이 나온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조용하다. 이러면 아무것도 못 해보고 그냥 지는 거다. 구성원을 설득해서 결단해야 할 때다. 결국 중도 통합이라는 길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