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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우파 야권이 장악한 국회 산하 재정경제개발위원회는 11일 올해 5월 말 현재 연간 물가상승률이 2만4,57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 상승률을 1만3,800% 수준으로 추산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5월 한 달 동안의 물가상승률은 110.1%였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물가 통제가 어려워지자 지난해부터 공식적인 물가상승률 발표를 중단한 상황이다.
남미에서 가장 잘살던 베네수엘라에 무슨 일이?
‘차베스 없는 베네수엘라’에는 유가 하락 폭탄이 떨어졌으며, 결국 물가가 치솟고 식량난도 겹쳤다. 마두로 대통령이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국가 부도 사태까지 예견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서쪽 타치라 주 산안토니오는 콜롬비아와 국경을 마주한다. 이곳은 지금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민감한 지역이다.
이 국경을 통해 다리를 건너면 콜롬비아의 쿠쿠타로 갈 수 있다.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국경을 넘어 쇼핑한다. 식량을 구하기 위해서다.
국경에 해가 뜨면 매일 구름 같은 인파가 몰려든다.
어떤 날은 무려 10만명에 달하는 인파가 집결하기도 했다. 해가 지면 다들 비닐봉지에 식량을 바리바리 싸들고 다시 베네수엘라로
들어온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시리아에 버금가는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식료품 가게 진열대는 이미 텅 비었다.
대형 슈퍼마켓을 운영했던 마르코 씨(48)는 “매일 콜롬비아 국경을 넘나들며 물건을 구해오지만 역부족이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지금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온종일 먹을 것만 생각한다. 아침에 눈뜨면 오늘은 어디 가서 식량을 구해올까 하는 생각을 먼저
한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삶이다”라고 말했다.
아이 셋을 키우는 그의 집에도 식량이 바닥났다. 막내는 이제 생후 8개월로 분유를 구하지 못해 몸무게가 늘지 않는다. 마르코 씨
집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에서 굶주리는 사람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간다.
시몬 볼리바르 대학이 지난해 65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가구의 75%에서 평균 8.6㎏ 정도 체중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 33%는 하루 한 끼 내지 두 끼만 먹는 것으로 조사됐고, 현재 수입으로 음식 값을 감당할 수 없다고 답한 가정이 93%나 되었다.
국민들은 이 현상을 ‘마두로 다이어트’라고 부른다.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가 지금의 상황을 불러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화폐 ‘볼리바르’는 이미 휴지 조각이 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지폐를 세지 않고 무게를 달아 계산할 정도다. 외환보유액도 8월 들어 22년 만에 100억 달러를 밑돌았다.
이러니 식량을 구하기 위해 국민들이 국경을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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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중심가에서 경찰이 식량과 생필품 부족 등에 항의하는 군중에게 해산을 종용하고
있다.
이 비극의 시작은 베네수엘라를 14년간 통치하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2013년 사망하면서부터이다.
차베스의 오른팔이던 마두로가 그의 유지를 받들어 베네수엘라의 새
대통령이 되었다. 베네수엘라는 남미에서도 가장 잘사는 나라였다. 석유 생산 국가였기 때문이다. 차베스는 원유 생산 시설과 수익금을 국유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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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수익으로 국민들에게 무상 지원을 늘렸다. 각종 세금을 면제하고 교육도 무상으로 지급하는 이른바 ‘차베스형 포퓰리즘’ 정책을 펼쳤다.
차베스 사망 이후 마두로 대통령도 이 체제를 똑같이 유지하며 제2의 차베스를 꿈꾸었다. 하지만 문제는 유가 하락이었다. 한때 배럴당
100달러가 넘던 유가는 최근 들어 2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사실 차베스 정부 때도 인플레이션과 잦은 물자 부족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베네수엘라는 식량자립도가 낮아서 식료품의
대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했다.
그땐 유가가 치솟아 오일달러가 유입되고, 중남미 국가들과의 교류가 활발해 식료품 수입이 늘면 문제가 없었다. ‘차베스 없는
베네수엘라’에 유가 하락 폭탄이 떨어졌고, 결국 물가는 치솟고 식량난도 겹쳤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국가 부도 사태까지 예견되는 가운데 경제위기는 하루가 다르게 심각한 상황을
맞았다.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었다. 반정부 시위 이면에는 차베스주의자와 친미주의 세력의 대결이 깔려 있다. 빈민과 군부를 축으로 한
차베스주의 세력은 마두로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다.
생활고를 겪는 빈민 가운데 일부도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야권은 친미주의 우파 세력이 장악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6월 전직 경찰은
경찰 헬기를 훔쳐 대법원을 공습하기도 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현 정권을 흔들려는 테러 공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드론 비행조차 금지된 주요
국가기관 청사 위를 헬기가 어떻게 비행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일면서 정부군의 자작극 가능성도 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현재 외국에 난민 망명을 신청한 베네수엘라 국민이 5만2000여 명에
이른다. 지난해 2만7000여 명이 외국 망명 신청을 한 것의 두 배 수준이다. 조국을 떠난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미국(1만8300명),
브라질(1만2960명), 아르헨티나(1만1735명), 스페인(4300명)과 우루과이(272명), 멕시코(1044명) 등지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