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6.06 03:02 | 수정 : 2017.06.06 07:05
[사드 연내 배치 물건너갈 듯… 韓美 합의 파기 논란 일수도]
- 靑 "국방부, 부지 면적 고의 축소"
"전략·일반 환경평가 피하려고 전체 70만㎡를 32만㎡로 줄여"
- 美·中 사이 '줄타기 외교'
中엔 "사드 배치 막고 있으니 보복 풀고 北에 압력 가해달라"
美엔 "레이더 등 배치 됐으니 잠시만 늦춰달라" 설득할 듯
청와대가 5일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관련, '법령에 따른 적정한 환경영향평가'를 지시한 것은 단순히 국내법 문제만 고려한 게 아니다. 외교적으로는 미·중 사이에서 시간을 번 뒤 북핵 협상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계산이 깔려 있다. 대선 때부터 말해오던 '모호성' 전략이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한·미 동맹 훼손, 국내적으로 사드 갈등 확산이라는 역효과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연내 배치는 물 건너갈 듯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에는 '전략' '일반' '소규모' 등 세 가지가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사업 계획 단계에서 부지를 수용 또는 매입 방식으로 취득할 때 한다. 국방부는 "사드는 이미 부지가 확보된 데다 그 방식도 토지 맞교환이었기 때문에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 자체가 아니다"는 입장이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를 거친 뒤에는 일반 또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평탄화 작업과 막사 건설 등 시설 공사가 필요하고, 부대 체류에 따른 각종 환경 문제가 파생되기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에 따르면 사업면적이 33만㎡ 이상이면 일반, 미만이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이다. 사업면적이란 실제 시설공사가 이뤄지는 면적으로 공여 면적과는 다르다. 주한미군이 국방부에 제출한 기본설계에 따르면 사드 부지 사업면적은 10만㎡ 정도다. 이게 맞다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이고, 환경평가는 수개월 안에 끝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5일 청와대에서 제임스 시링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국장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드 반입 보고 누락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와중에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전략을 총괄하는 시링 국장이 청와대를 찾아 관심을 끌었다. 정 실장은 시링 국장에게 “사드와 관련해 민주적·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국내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고, 시링 국장은 “한국 정부 입장을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706/06/2017060600235_0.jpg)
하지만 청와대는 이날 "국방부가 전략 내지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려 한 정황이 있다"며 국방부가 주한미군에 공여하려던 면적이 총 70만㎡이고, 이 중 1단계로 32만여㎡만 공여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1년 이상이 걸리는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경우 '사드 연내 배치' 한·미 합의는 지켜질 수 없다.
국방부는 이날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절차적 정당성을 더욱더 높이라는 지침이기 때문에 국방부가 그런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실무선에선 "정확히 뭘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청와대가 공여면적과 사업면적의 개념을 혼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도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법적 문제가 아니라 정무적 판단의 문제가 된 것"이라고 했다.
◇"동맹 훼손, 국내 갈등 우려도"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환경영향평가'를 내세워 사드 배치 완료 시점을 늦춘 것은 나름의 전략에 따른 것이다. 사실 사드 배치를 시급하게 여긴다면 이런 법적 논쟁을 벌일 필요도 없다. 법에는 '군사상 고도의 기밀 보호가 필요하거나 군사작전의 긴급한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모든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을 수 있게 돼있다. 북한의 계속되는 탄도 미사일 발사와 실전 배치는 '긴급'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정부는 이 방법이 나중에 논란이 따를 수 있다고 보고 일반 절차를 따랐다. 그 결과 현 정부에서도 '환경영향평가'를 활용할 틈이 생긴 셈이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문대통령의 모호성 전략 정리 표](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706/06/2017060600235_1.jpg)
문 대통령은 대선 때 방송기자클럽 토론회 등에서 "(사드를) 이대로 다음 정부로 넘기면 그것을 카드로 미국·중국·북한과 대화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취임 전부터 '카드'로 활용할 계산이 서 있었던 것이다. 사드 배치를 반대해온 중국에는 "우리가 사드 배치 완료는 막고 있으니, 중국도 우리 압박은 중단하고 북한을 상대로 설득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에는 "사드 레이더도 작동하고 발사대도 6기 중 2기는 배치됐으니 완전 배치 시기만 조금 늦춰달라"고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줄타기'의 성패 여부는 불투명하다. 당장 '연내 배치 완료'라는 기존 한·미 합의 파기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이날 사드 문제로 긴급 방한한 제임스 실링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국장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사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고 신뢰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는 '동의한다'와는 온도차가 있는 외교적 수사다.
국내 좌파단체들이 환경영향평가에 수반되는 주민공청회는 물론 현지 주민과의 연대투쟁 등의 방식으로 개입할 수도 있다. 또 여권 상당수는 이들과 같은 입장에서 '사드 백지화'를 요구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들 목소리가 커지면서 실제로 사드 배치가 장기간 표류하고 한·미 갈등의 소재가 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전략환경영향평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계획을 만들 때 기존 환경보전 계획과는 조화가 되는지, 적절한 대안인지, 입지는 목적에 타당한지 등을 환경적 측면에서 사전에 검토하는 작업. 사업 착수 이전에 실시하며, 이 평가 작업만 통상 8개월 이상 걸린다.
☞일반환경영향평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 곳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본격적 환경영향평가.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예측해 해로운 환경 영향을 제거·감소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이다. 주민공청회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경우 주민공청회 등의 절차를 생략하고 실시하는 약식 환경영향평가. 국방·군사 시설 사업의 경우 33만㎡ 이상일 때는 일반, 미만인 경우에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된다. 현재까지 성주 사드 배치는 이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
- 김재용
(saj****) - 2017.06.0610:18:57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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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만
(kske****) - 2017.06.0610:17:44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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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석희
(ral****) - 모바일에서 작성2017.06.0610:14:00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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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무도
(m****) - 2017.06.0610:11:26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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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석구
(91****) - 2017.06.0610:07:07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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