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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정당정치의 위기를 구할것인가?

새벽이슬1 2011. 10. 6. 00:41

동트는 광장(44) - 누가 정당정치의 위기를 구할 것인가
http://ijworld.or.kr
20111005

 제1야당인 민주당이 기세 좋게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다음, 홀로 뛰는 재야후보와 경선을 치러 단일화를 시도했다. 결과는 민주당의 패배였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후보를 낼 수 없는 딱한 처지에 내몰리고 말았다. 정당민주정치에 큰 구멍이 생기고 만 것이다.


 내년 대선에서 부동(不動)의 대세를 업고 있는 한나라당 후보가 있다. 한나라당은 물론 다른 정당들의 예비후보들도 그 기세에 눌려 맥을 추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재야인사가 돌풍을 일으키며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대세론을 뒤집어버렸다.  우리 정당정치에 무슨 큰 변고가 생기지 않고는 상상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먼저 눈을 돌려 세계를 보자.  때마침 지난 9. 27자 뉴욕타임즈가 의미심장한 특집기사(As Scorn for Vote Grows, Protests Surge Around Glove)를 실었다.  제도권정치에 대한 불신이 세계사적 조류라는 것이다. 급속한 변화, 특히 위기 대처에 실패하고 있는 제도권 정치에 대중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그들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결집하고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민주주의 요람인 영국에서 폭동이 전국을 휩쓸었고, 현재는 자본주의 심장인 뉴욕 월가에서 민초들이 불을 지피고 있다. 이웃 일본에서도 6년 동안 총리가 무려 5번이나 바뀌는 실정이다.


 앞에 예를 든 영국, 미국, 일본에 비하면, 우리 정치의 후진성은 아무리 설명해도 모자라다. 우선 우리 정치를 좌우하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낡은 지역패권과 이념의 틀에 갇혀있다. 맹목적으로 적대하고 부질없이 싸우지 않으면 자기 정체성을 드러낼 길이 없는 집단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인물의 진입이 막혀버리고, 정책을 개발할 두뇌기능이 성장하지 못하였다. 인물과 정책을 놓고 보면 우리 정당들은 늙은 어린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한 표현이다.


 우리 국민은 피곤하다. 실업의 고통, 빈부격차의 박탈감, 물가의 충격, 여기에 더하여 만성적인 국제경제위기와 때를 가리지 않고 터지는 금융사고의 공포가 국민의 삶을 위협한다.   이 엄중한 현실 앞에 우리 제도정치권은 어떤 비전과 희망을 제시하고, 어떤 정책으로 봉사해 왔는가. 공허한 싸움질과 무책임한 선동으로 국민의 절망만 가중시켜 온 장본인이 바로 제도정치권이다.  국민이 제도정치권을 버린 것이 아니라, 제도정치권이 국민을 버렸다고 말하는 것이 정직하다.


 그러면 누가 이 정당정치의 위기를 구할 것인가.


 시민사회에서 성장한 한 개인이 정당정치의 위기를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은 너무 순진하다.   그는 결코 메시아가 될 수 없다.  나는 민주당을 누르고 서울시장후보가 된 사람을 개인적으로 잘 모른다.  그러나 그가 시민단체의 지도자로서 이른바 시민 감시권력의 상징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 사람이 어느 날 ‘아름다운 가게’라는 이름의 자선단체를 만들더니 재벌들로부터 수백억 원의 돈을 기부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재벌이 돈을 기부할 자선단체가 없어 하필 그가 운영하는 단체에 거액을 주었을까.  ‘참여연대’는 재벌의 부패를 감시하고 고발하는 대표적인 시민권력이다.  그 배경 때문에 재벌이 그에게 돈을 주었을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쥐꼬리만한 행정권력을 쥐고 있는 공무원이 돈을 받으면 뇌물죄로 처벌을 받는다.  그런 공무원에 비하면 그가 쥐고 있는 권력은 태산처럼 크고 높은 것이 아닌가. 그러나 재벌로부터 그런 돈을 받은 그는 “가난한 사람에게 주려고 돈을 받은 것이 왜 나쁘냐”며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논리인지, 아니면 감시권력을 배경으로 재벌에게서 돈을 받는 것이 문제가 없다는 것인지, 그의 논리는 궤변 그 자체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의 강변이 먹혀들어가는 게 현실이다.  그가 시장이 된다면, 그 권력을 배경으로 또 무슨 해괴한 일을 저지를지 답답한 생각이 든다. 우리 국민, 서울 시민이 다른 것은 몰라도 이 대목에서 그의 잘못을 추궁하지 못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날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의 ‘큰 바위 얼굴’이라는 소설이 생각난다. 사람들은 머지않아 마을 앞에 서 있는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인물이 나타나 마을을 발전시켜 주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밖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 올 때마다 큰 바위 얼굴을 닮았다고 환호했지만, 실체를 확인한 마을 사람들의 실망은 커져만 갔다.  결국 그들 앞에 나타난 구원자는 바로 자기들과 함께 궂은일을 하며 봉사해온 평범한 이웃이었다.  그의 얼굴이 큰 바위 얼굴과 닮아 있었던 것이다.


 정치는 국가공동체를 발전시키는 일이다.  정당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정치적 욕구를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공동체는 너무 다원적으로 구성되어있고,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너무 다양하다. 복수의 정당들이 만들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무슨 수로 한 개인이 불쑥 나타나 국가공동체를 짊어질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힘이 들어도 정당들이 스스로 혁신하고,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어 나갈 때에만, 오늘 우리가 직면한 정당정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우리 정당정치의 허상이 폭로되고 위기가 터진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모든 정당들이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새로운 인물과 정책으로 무장하고 심판대 위에 설 수 있다면,  내년 총선을 통해 우리 정당정치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내년을 낡고 병든 지역패권과 이데올로기를 허물고, 새로운 인물이 넘쳐나며, 시대의 변화와 국민의 욕구를 빠른 속도로 대변할 정책으로 경쟁하는, 새 정치의 원년으로 만들어야 한다. 



2011.     10.     5.



이     인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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