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청률 1위 '위대한 탄생' 서창만 PD 인터뷰
['심사위원 1위' 정희주 탈락]
"가수는 대중을 상대하는 직업… 그러니 시청자 투표가 최우선"
[멘토는 경쟁·출연자는 배려]
"멘토는 '우승자 배출' 욕심… 도전자들 분위기는 되레 훈훈"
MBC 서바이벌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위탄)'의 돌풍이 거세다. 25% 안팎의 시청률로 MBC 모든 프로그램 가운데 1위이고, 방송 3사 전체 프로그램의 주간시청률 순위에서도 5위권 안에 들고 있다.'위탄'은 지난해 11월 방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케이블방송 M-net이 내보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던 '슈퍼스타K'의 아류(亞流) 또는 모사(模寫) 프로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그러나 회가 갈수록 멘토 역할을 겸하고 있는 유명 가수 심사위원 5명의 열의와 아마추어 도전자들의 절창(絶唱)이 화학 작용을 일으켜 시청률 대박으로 이어졌다. 문자투표에 참여하는 일반 시청자 수만 120여만명(지난달 29일 기준)을 헤아릴 정도다.
- ▲ ‘슈퍼스타K’의 아류라는 비판을 딛고 대중적 사랑을 받고 있는 MBC 오디션 프로‘위대한 탄생’의 도전자들. 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지난달 29일 방송에서 심사위원 최고점을 받고도 시청자 문자 투표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탈락한 정희주다. /MBC 제공
그는 이날 지난달 29일 방송에서 심사위원 평가 1위를 받은 정희주가 시청자 문자 투표 점수가 부족해 탈락한 일을 두고 인터넷에서 큰 논란이 일고 있는 데 대해 곤혹스러워했다. 그의 방송사 동료들까지도 앞다퉈 이 일을 물었다.
- ▲ MBC ‘위대한 탄생’의 서창만 PD. /김건수 객원기자 Kimkahns@chosun.com
―'정희주 탈락 논란'부터 말해보자.
"다음 시즌에서 보완해야 될 부분이다. 심사위원 점수는 변별력이 크지 않다. 1위하고 꼴찌의 점수 차가 많아야 2점 정도니까. 이번 일을 계기로 그 폭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도 시청자 의견을 존중한다. 순수하게 가창력만 놓고 평가한다면 심사위원 의견이 중요하겠지만 결국 도전자들은 모두 대중을 상대해 먹고사는 가수가 목표 아닌가. 그렇다면 시청자 의견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
―시청자 문자 투표가 정확하게 가창력을 평가할까.
"물론 그렇지 않다. 음악 외적인 부분이 작용한다. 안타까운 개인사 때문에 동정표를 보내는 경우도 많다. 요즘은 프로가수인 멘토에 대한 호불호(好不好)가 해당 도전자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각자 개성이 다른 음악 혹은 노래에 점수를 매긴다는 게 과연 정당한 것인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솔직히 난센스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 대중이 관심을 갖지 않나. 이 프로가 이미 5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아이돌 위주 가요시장에 변화의 물꼬를 틔워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효리보다 조용필을 찾겠다'고 시작한 프로인 만큼 우리는 최대한 가창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심사위원들에 대해 아쉬운 점은.
"시청자들이 대단하다는 평가를 내렸을 때 심사위원들 사이에서도 일제히 9.5 이상 점수가 나와줬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 그럼 그림이 되지 않나.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음악적 성향이 서로 너무 다르다 보니 절대 몰표가 안 나온다."
―심사위원들이 경연자들의 멘토를 겸하고 있다. 그들 사이에 경쟁심리는 없을까.
"치열하다. 이럴 줄 몰랐다. 멘토제를 시행하면서 자기가 가르치는 도전자들 중에서 1등이 나왔으면 하는 욕망이 엄청나게 강하다. 처음엔 2분만 그러더니 지금은 5분 모두 노골적으로 그런 속내를 비친다. 무대 위의 연주자, 무용수 배치 하나하나까지 간섭한다. 자신들의 멘티에 유리하게 됐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제작진으로서는 아쉽다."
―심사위원인 작곡가 방시혁의 독설이 초반부터 이슈가 됐다. 제작진이 그런 캐릭터를 요구했나.
"전혀 그렇지 않다. 어쨌든 심사위원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안착돼서 다행이다. 은유적이고 부드러운 표현을 앞세운 김태원씨와 독설을 무섭게 쏟아내는 방시혁씨의 대비가 얼마나 좋은가. 그나마 방씨의 독설은 실제가 100이라면 우리가 80 정도로 순화해서 편집한다. 방씨가 한 도전자에게 '살을 빼라'는 말을 독하게 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은 자신이 먼저 우리에게 부탁해서 빼달라고 하더라."
―도전자들 사이에 암투(暗鬪)도 상당하지 않을까.
"의외로 서로 배려하는 분위기다. 오래 같이 보다 보니까 정이 쌓인 것 같다."
―탈락자 중 가장 아쉬운 사람은.
"권리세와 노지훈이다. 이들은 다음번 미션에서 최고의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었는데 코앞에서 그만 탈락하고 말았다."
―시청률은 높지만 사회적 열풍의 강도에서는 지난해 '슈스케2'에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인정한다. 아무래도 우리는 40대 이상 중장년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이니까 그런 것 같다. 방청석에 10대는 아예 없고 40~60대가 40% 이상이다. '슈스케'는 철저하게 10~20대 취향으로 구성되지 않았나. 상대적으로 심의에서 자유로운 케이블이다 보니 자극적인 편집으로 이슈를 만들어간 측면도 있고."
―처음부터 조용필씨를 염두에 뒀나. 프로 제목도 그렇고.
"맞다. '위대한 탄생'은 조용필 밴드의 이름 아닌가. 조용필씨 명성에 묻어가려는 측면이 있었다.(웃음) 마지막 방송에는 꼭 한번 스튜디오에 모시고 싶다. 우리는 '10년 내 제2의 조용필을 배출하는 게 목표'인 프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