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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내전(理念 內戰) 끝내야 선진국 갈 수 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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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내전(理念 內戰) 끝내야 선진국 갈 수 있다

새벽이슬1 2009. 5. 15. 08:29

아침논단] 이념 내전(理念 內戰) 끝내야 선진국 갈 수 있다

공짜 점심은 없다 가치 있는 것은 아무리 비용이 들더라도 지켜내야 한다,
마치 헤리티지재단이 한것처럼…

이재교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전 세계적으로 제3세계에 사회주의 이념이 주류를 이루던 50·60년대에 우리 사회는 공산주의 청정구역이라 불릴 정도로 이념대립이 없었다. 6·25를 겪은 덕이 컸을 것이다. 그런데 소련을 비롯한 동구 공산권이 붕괴되고, '이데올로기의 종언'이라는 말이 나온 지도 오래된 21세기 들어 우리는 내전(內戰)이라 부를 좌·우 이념갈등을 겪고 있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가장 큰 요인은 반공교육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소위 386세대는 초·중·고 12년 동안 반공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으면서 자랐지만 대학에 들어가 몇 달 동안 몇 권의 이념서적을 읽고 공산주의, 심지어 주체사상에 빠져들었다. 그동안 반공교육에 속았다는 반발심이 컸다. 공산주의 사상은 비인간적이고 반인륜적이요 나아가 절대적인 악(惡)이라고 배웠지만, 이념서적 몇 권이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에 충분했다. "때려잡자 공산당" 식의 냉전시대적인 반공교육은 이념서적 몇 권에도 무너질 만큼 취약했던 것이다. 그 386세대가 우리 사회 좌파의 주류를 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냉전시대의 반공교육 그대로 좌파척결을 외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대한민국에는 좌파이념이 친북주의자(주사파), 폭력 또는 비폭력적인 마르크스주의로부터 사민주의, 노동운동, 그리고 복지주의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분들은 좌파 전부를 '빨갱이'로 몰아붙임으로써 역효과를 내고 있다. 때로 격정적 표현으로 장식된, 좌익을 척결하라는 광고를 보고 마음이 움직이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또 빨갱이 타령이냐?"는 냉소가 팽배해진 건 아닐까. 이런 냉소적인 분위기를 틈타 대한민국에 적대적인 주사파와 같은 세력이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좌파의 뒤에 숨어 자유시장 경제체제의 뿌리를 흔들면서 이념내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이념내전을 끝내야 한다. 절대빈곤을 탈출한 우리 사회 수준에서 공산화될 위험은 거의 없다지만 지금같이 이념내전 상태가 계속되면 선진국의 문턱에서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좌파는 공존의 대상이요 경쟁의 대상으로 끌어안고, 오로지 대한민국에 적대적인 주사파나 폭력 공산혁명세력을 고사시킬 때 이념내전을 끝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극적인 반공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우수성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교육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정부가 그 역할을 맡았지만 앞으로는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이제는 사회 구성원 스스로 자유시장경제 체제만이 번영의 길이요 통일의 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자본주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초래한다는 미신이 있다. 사회주의 이념은 정의감에 부합하고 매력적으로 보인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해결하겠다고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공산주의가 이상이라면 자본주의는 현실이다. 흔히 현실은 그다지 아름답지도 매력적이지도 않다. 지구상에서 사람이 살 만한 사회치고 자본주의체제를 기본으로 채택하지 않은 곳이 없고, 자본주의체제에 충실한 사회치고 못사는 곳도 없지만, 자본주의의 단점은 눈에 잘 띄고, 장점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러니 자본주의 단점을 지적하기는 쉬워도 실상 "자본주의는 정의로운 체제"(작가 복거일)라는 사실을 납득시키기는 어렵다. 이 어려운 일을 해내고 이념내전을 끝내야 비로소 선진화로 도약할 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헤리티지재단이나 마쓰시타정경숙 같은 민간 재단이 그 어려운 일을 맡고 있다. 이들 재단은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장단점을 연구하고 인재를 교육한다. 이제 우리도 이런 재단 하나쯤 가질 때가 되었다. 독지가가 적지 않은 기금을 내놓아 한국판 헤리티지재단을 설립하고, 이 재단이 설립자나 특정기업, 특정세력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자유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연구와 교육을 지속적으로 함으로써 사회의 인식을 바꿔놓을 때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

공짜 점심은 없다. 가치 있는 것은 많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지켜야 지켜진다. 자유시장경제 덕분에 많은 부를 쌓고도 반시장주의자들에게는 거액을 지원하면서 시장주의자들에게는 눈길 하나 주지 않는, 그런 기업가들이 넘치는 사회라면,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미래는 암울하다. 그러므로 한국판 헤리티지재단을 만드는 일은 그 무엇보다 길이 존경받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독지가가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정녕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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