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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막말 국회 고치고 싶다면 의원들 자리배치부터 바꿔라"

새벽이슬1 2009. 3. 15. 20:53

"폭력·막말 국회 고치고 싶다면 의원들 자리배치부터 바꿔라"
여야 마주보고 앉은 상임위 좌석구조가 ‘싸움 국회’ 부추겨
뒤섞여 앉아 장관 마주 봐야… 본회의장도 고정석 아닌 선착순으로
<이 기사는 weekly chosun 204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국회운영제도개선위원 김용호 교수

“차라리 18대 국회를 해산하는 게 좋겠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한계 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선진국들은 위기극복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대한민국 국회는 여전히 당파적 이익에 매몰되어 폭력 사태만 노출하고 있다. 18대 국회는 왜 국가 비상사태 속에서도 여전히 당쟁(黨爭)만 일삼고 있을까. 국회운영제도개선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김용호(57) 인하대 정외과 교수를 만나 현행 국회법의 문제점과 개선방법을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지난 3월 11일 오전 조선호텔 커피숍에서 이뤄졌다.

 

대한민국 국회가 지금처럼 불신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여야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 같다. “민주화가 되었지만 여전히 권위주의 시대의 유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장외투쟁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장외투쟁을 하려면 국회는 불필요하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내야만 한다. 이명박 정부뿐만 아니라 지난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악화되는 근본 원인은 어디 있다고 보나. “국회에 자율성이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입법제안권이다. 입법제안권은 의회의 고유권한인데 우리나라는 이를 국회와 행정부가 나눠 갖도록 되어 있다. 장관은 수백 명 공무원들의 보좌를 받는데, 의원은 보좌진 3~5명이 고작이다. 당연히 행정부 입법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국회에 입법 보좌관 수(數)를 늘려야 한다고 말하면 언론에서는 당장 ‘놀고 먹는 의원들이…’ 하는 비난이 나온다.”

입법제안권을 의회와 행정부가 나눠 갖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1948년 제헌국회 때부터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혼합하는 정부 형태가 만들어지면서 국회를 약화시키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정부 수립한 지 60년이 지났지만 이 관행을 깨지 못하고 있다.”

입법제안권을 국회에만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헌법을 바꿔야 한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의장 자문기구로 국회운영제도개선 자문위원회와 헌법개정연구 자문위원회를 만들었다. 경제 상황이 어렵다 보니 헌법개정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에서 상임위 공간 재배치를 건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현재 우리나라 상임위원회는 여야(與野)가 마주보는 구조로 공간 배치가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걸핏하면 여야 의원끼리 고함을 치거나 말싸움을 벌인다.”

현재의 상임위 공간 구조에서는 의원이 장관을 상대로 질의하려면 장관을 향해 몸을 틀어야 한다. 아주 불편한 자세다. 결국 이런 공간 배치는 행정부 견제보다는 여야 간 상호 비난을 구조적으로 더 쉽게 만든다는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그렇다면 상임위원회의 오랜 공간 배치 관행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여야가 마주 보는 구도에서 여야를 구분하지 말고 한꺼번에 앉게 해야 한다. 두 줄로 만들어 앞줄은 초선들이, 뒷줄은 재선 이상 의원들이 앉아야 한다. 상임위원장은 뒷줄 중앙에 자리를 배치한다. 좌석 배치는 여와 야가 번갈아 앉게 한다. 장관을 비롯한 행정부 대표들은 의원석과 마주 보는 곳에 자리잡는다. 이렇게 되면 기본 구도가 의회와 행정부가 긴장하고 견제하는 모양이 된다.”   

김용호 교수는 이렇게 말하고는 A4지에 기존의 상임위 공간 배치와 개선해야 할 공간배치의 개념도를 그렸다. 김 교수는 준비해온 미국 의회 상임위 공간 배치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같은 맥락에서 본회의장은 공간 재배치의 필요성이 없나. “국무위원 고정석을 없애야 한다. 그날 그 시간에 꼭 필요한 국무위원만 출석하면 된다. 의원석도 마찬가지다. 각 당 원내대표만 고정석을 지정하고 나머지는 선착순으로 앉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다수당이라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소수당이 물리력을 동원하면 다수결 원칙은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13대 여소야대 국회 당시 언론에서는 의석 비율을 가리켜 황금분할이라고도 했다. 당시 여야대표는 다수결 원리를 뛰어넘어 합의형 체제로 가게 되었다. 이건 기본적으로 다수결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어떤 당이든 다수당이 되었으면 모든 걸 위임해야 한다. 4년간 다수결 원리가 작동하도록 하고 4년 뒤 국회운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물론 다수결 원리에는 소수가 반대의견을 낼 수 있게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은 어떤가 “미국의 경우 대통령선거와 하원선거에서 지고 나면 야당은 여당이 제출하는 법안에 대해 생각이 다르면 반대의견만 낼 뿐이다. 그리고 2년 뒤와 4년 뒤에 치러질 선거에서 이길 준비를 한다. 예컨대 민주당은 공화당 정권(레이건-부시) 12년 동안 민주당지도자협의회(Democratic Leadership Counsil)를 만들어 주지사, 상·하원의원 중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를 발굴했다. 그렇게 해서 키워진 인물이 빌 클린턴이다. 민주당은 빌 클린턴을 놓고 공화당과 싸워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이념과 정책을 개발했다.”

우리나라 입법부는 삼권분립의 기본취지와 정신을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다. “우리나라는 제도적으로 삼권분립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 증거로 세 가지를 말할 수 있다. 첫째는 앞서 말했지만 제헌의회 때부터 정부 형태에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를 혼합해 놓은 것이다. 둘째는 국회의원이 장관을 겸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의원이 장관이 되면 어떻게 행정부를 견제하나. 노무현 정부 때 장관 자리가 대통령 하사품처럼 쓰였다. 셋째는 국회에서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을 낼 수 있게 한 것이다. 국무위원 임면(任免)은 대통령제에서 대통령 고유권한인데 입법부에서 이걸 건드릴 수 있게 했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TV중계방송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의 경우 공영방송 NHK가 본회의와 상임위를 실시간 생중계하면서 여야 간 폭력 사태가 줄어들었다. 의원들도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폭력방지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디지털 공중파 방송이 되면 우리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의원 보좌진이나 정당 당직자가 의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외국에도 있나. “국회에 원내정책연구위원이라는 국회직원이 있다. 대부분 정당 당직자 출신이다. 이들이 싸움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신분상으로는 국회직원이면서 정당 원내대표의 지휘를 받고 있다. 정책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가 실질적으로 정책연구에 투입되어야 한다고 본다.”

언론에서 아무리 국회의원의 본회의나 상임위 참석률 저조를 비판해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된다고 보나. “의정활동을 잘해봐야 선거에서 떨어진다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활동보다는 지역구 행사에 더 열심이다. 의정활동을 잘하는 사람이 다음 선거에서 당선될 수 있게 언론에서 적극 키워줘야 한다.”

대한민국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정당이 아닌 국회 중심의 정치가 되어야 한다. 정당 중심이 되다 보니 의원들이 국회직(職)보다는 당직을 더 우선시한다. 예컨대 당 사무총장보다는 상임위원장에게 더 많은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이렇게 되어야 당 행사 때문에 국회참석률이 저조하거나 의정활동을 소홀히 하는 일이 줄어든다. 의원 개개인이 여야를 뛰어넘어 행정부를 견제한다는 공동의 목표의식을 갖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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