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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의 세계

세계로 점프한 한국발레-유지연

새벽이슬1 2008. 2. 29. 09:35
세계로 점프한 한국발레(5)-유지연
  
 
  • 러시아 키로프(마린스키) 발레단의 유지연(32)은 찻잔 앞에서도 발레 포즈를 만들었다. 우리 발레 무용수와 러시아 무용수의 기본기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할 때였다. 170㎝로 신체조건이 좋은 발레리나는 오른팔을 공중으로 쭉 뻗고 시선은 그 손끝에 꽂았다. 몸 전체, 신경들도 일제히 그쪽을 향해 달려가는 느낌이었다. "어때요? 더 길어보이죠? 각도와 방향, 시선, 몸의 다른 부위들도 함께 집중해야 합니다. 대충 라인을 본뜨는 식으로는 어림없어요."

    지난 6일 귀국해 모교 예원학교에서 후배들을 지도한 유지연은 20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떠났다. 열네 살 때 날아가 바가노바 발레학교를 졸업하고 키로프 발레단에 13년 몸담았으니 러시아에서 보낸 세월이 더 길다. 바가노바 발레학교는 조지 발란신, 루돌프 누레예프, 나탈리아 마카로바,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등 고전 발레에 눈부신 이름들을 새겨넣은 기숙학교로 100대 1에 가까운 경쟁을 뚫어야 입학할 수 있다. 키로프 발레단은 크고 역동적인 춤을 추는 볼쇼이 발레단과 달리 섬세하고 우아한 상체 움직임으로 유명하다.
  • ▲ 발레리나 유지연의 아라베스크. 상체를 꼿꼿이 편 채 한쪽 다리를 등 뒤로 들어올리는 기본동작이다. /사진작가 강진주씨 제공
  • 바가노바에 가장 먼저 초청된 한국인이 유지연이다. 열 살 안팎에 국내 여러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는 여기서 큰 충격을 받았다. 어려운 동작이나 기술은 자신이 더 잘 해내는데 기본기가 엉망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발레 교육 방식이 너무 달랐어요. 러시아에서는 12~13세까지 아예 토슈즈를 못 신게 해요. 우리 같으면 '돈키호테'의 키트리 를 출 나이죠. 그래서 젊은 나이에 인대가 끊어지고 골반이 틀어지는 겁니다…."

    '백조의 호수'의 스페인춤, '여인의 상' '마농' 등에서 파워풀한 춤을 보여준 유지연은 한 해 200여 회 무대에 오른다. 지난 12월 말부터는 일·중국·미국을 돌며 공연했다. 세계적인 스타 디아나 비시노바를 비롯해 키로프 단원(300여명)의 대부분은 바가노바 출신이고 외국 국적은 유지연과 오스트리아 무용수 한 명뿐이다. 솔리스트급으로 활동 중인 유지연은 "입단 후 2~3년은 '백조의 호수' 32명 군무진에도 끼기 어려웠을 만큼 층이 두껍다"며 "1889년 '백조의 호수', 1892년 '호두까기 인형'이 초연된 마린스키 극장에서 춤추고 있다는 데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에게 발레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통증'이었다. 침대에서 내려올 때 조심해 딛지 않으면 뭔가 큰일이 터질 것 같은 아침이 많단다. "관객의 박수도 보람을 주지만 학생들을 가르칠 때 더 행복해요." 3년 전부터는 발레 코치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며 은퇴 이후도 준비 중이다. 유지연은 "기회가 오면 우리 발레의 교육 체계를 튼튼히 하는 데 제 경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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