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일본 원정 응원 포함된 여행 상품 인기 日 "경기 티켓 1만장 매진 자신"… NHK 중계
민학수 기자
- 한국과 일본에서 '핸드볼 신드롬'이 뜨겁게 일어나고 있다.
29일과 30일 일본 도쿄 요요기 국립실내체육관(관중석 규모 1만석)에서 열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아시아 지역 남녀예선 재경기가 기폭제가 됐다. 지난해 아시아 남녀예선에서 중동 심판들의 편파 판정으로 쿠웨이트(남자), 카자흐스탄(여자)이 본선 티켓을 따냈지만, 한국과 일본이 국제핸드볼연맹(IHF)에 제소해 '재경기'를 얻어냈다. 아시아핸드볼연맹(AHF)이 재경기 불참 결정을 내려, 결국 한국과 일본만 참가해 여자(29일)와 남자(30일) 단판 대결로 올림픽 티켓을 가리게 됐다. 한국에선 현실과 영화가 밀어주고 끌어주며 핸드볼 인기를 높이고 있다.
개봉 보름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한 핸드볼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 주연 배우인 김정은과 문소리가 27일부터 일본을 찾아 '응원 도우미'로 활약할 계획. 문화관광부와 대한핸드볼협회는 7개 여행사와 공동으로 핸드볼 응원을 야간 스케줄로 포함한 여행상품을 긴급 편성했고, 23일과 24일 이틀간 600명 예약이 모두 끝났다. 재일교포들과 유학생들의 관심도 뜨거워 협회가 남녀 경기 각각 확보해 놓은 2000장씩의 티켓이 벌써 동났다. 영화 '우생순'은 27일과 28일 도쿄 민단 홀에서 재일동포들에게 상영될 계획이다. 평소에는 어렵던 TV 중계도 공중파 방송 3사가 경합을 벌이는 성황 끝에 MBC와 SBS로 결정됐다.
- 정형균 핸드볼협회 부회장은 "요즘 열리고 있는 안동 핸드볼 큰 잔치에는 여전히 관중이 적다"며 "어렵게 살아난 핸드볼 열기가 현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한 술 더 뜬다. 올해 들어 방송이나 신문에서 핸드볼 뉴스 한 꼭지가 나오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 중동의 편파판정을 꼬집는 '중동의 휘슬'이란 낱말이 사회적 유행어가 됐다. 여자 핸드볼 선수가 "꿈에서도 한국을 이기는 꿈을 꾼다"거나, 남자 선수가 "평생 꿈이 만원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었는데 이뤄지게 됐다"고 말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한국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영화 '우생순'을 직접 관람한 것처럼, 후쿠다 야스오 총리도 국회에서 '스포츠의 공정한 룰과 심판이 중요하고 일본도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요지의 연설로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핸드볼협회는 25일부터 경기 티켓(2000~4000엔)을 판매하지만 1만석 매진을 자신하고 있다. 최근 티켓 문의전화로 정상 업무에 차질을 빚을 정도라는 것. 황금 시간대인 오후 7시20분에 개막하는 이 경기는 NHK방송이 남녀 모두 중계하고 닛폰 방송이 라디오 중계를 맡았다. 일본축구대표팀 경기보다 관심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핸드볼협회 이치하라 노리유키 부회장은 "일본 핸드볼이 이렇게 뜨거운 주목을 받는 것은 사상 처음"이라며 "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선수들도 좋은 경기를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핸드볼연맹은 아시아 예선 재경기에 심판으로 프랑스인과 덴마크인 각각 2명을, 감독관에 스웨덴인을 선정했다.
● 韓·日 전력… 남녀 모두 한국이 한수 위
객관적인 실력만 따지면 남녀 모두 한국 핸드볼이 일본을 능가한다.
한국은 여자가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고, 1996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은메달, 2000년 시드니올림픽 4위,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등 꾸준히 세계 정상권 실력을 발휘했다. 남자는 1988년 서울 올림픽 은메달 이후 메달권에 들지 못했지만 아시아 최강 전력을 자랑했다. 메달 경력이 없는 일본은 남자가 20년 만에, 여자가 32년 만에 올림픽 진출에 도전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상대 전적에서도 한국이 남자 6승2무, 여자 10승1무2패로 압도한다.
한국은 남자대표팀의 윤경신(독일 함부르크) 등 5명, 여자대표팀의 오성옥(오스트리아 히포방크) 등 7명이 해외파다. 일본은 네덜란드 감독이 여자대표팀을 이끌고 있고, 유럽파 4명이 합류했다. 남자는 국내파로 대표팀이 구성돼 있다.
가장 최근 열린 경기에서는 남자의 경우 지난해 9월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예선에서 한국이 30대25로 일본을 이겼고, 여자는 지난해 8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아시아예선에서 중동심판의 카자흐스탄 밀어주기 판정의혹과 함께 일본이 30대 29로 한국을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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