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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대장동의 5만원권
10년 전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이 재미 삼아 향수를 하나 만들었다. 달러 지폐 냄새를 담았다면서 이름을 ‘머니(money)’라고 지었다. 일본의 한 공장에서 환기구를 통해 돈 냄새를 주입했더니 생산성이 현격하게 올라갔다는 연구를 보고 힌트를 얻었다고 했다. 그는 “백만장자 냄새를 나게 해준다”는 광고를 내세워 실제 지폐를 갈아 넣었다는 이 향수를 병당 35달러에 팔았다.
/일러스트=김도원 화백
▶하지만 낡은 지폐는 향기는커녕 악취를 풍긴다. 뇌물 현금 뭉치를 집에 보관했던 한 국회의원 부인은 “퀴퀴한 돈 냄새가 진동해 머리가 아파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했다. 헌 지폐의 악취는 세균 때문이다. 국내 한 미생물 전공 교수가 지폐 속 세균을 조사했더니 적혈구를 파괴하는 바실러스균, 폐렴을 유발하는 수도모나스균, 살모넬라균, 대장균 등 온갖 세균이 10종이나 검출됐다. 하루 종일 돈 세는 은행 직원들은 세균 탓에 호흡기 질환에 시달린다. 이 때문에 지폐 계수기 제조업체는 살균·탈취 기능을 넣었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다.
▶검은 뭉칫돈을 숨겨야 하는 범죄꾼들에게도 돈 냄새는 골칫거리다. 그래서 땅에 파묻는 걸 선호한다. 1980년대 남미 마약 운반책 역할로 떼돈을 번 미국인 파일럿의 실화를 다룬 영화 ‘아메리칸 메이드’에선 주인공이 집 정원에 700만달러를 파묻었다. 반려견이 이를 파헤치는 통에 지폐가 사방에 흩날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로 떼돈을 번 일당이 현금 110억원을 김제 마늘밭에 묻었다가 적발됐다. 한 전직 대통령 아들은 뇌물로 받은 10만원권 헌 수표 1만장(10억원)을 아파트 베란다에 숨겼다 들통이 났다. 아마 냄새 때문에 그곳을 선택했을 것이다.
▶범죄자가 주로 활용하는 현찰은 최고액권이다. 2년 전 유로존 국가들은 최고액권 500유로 지폐가 탈세와 돈세탁에 주로 활용되자 사용을 금지했다. 우리나라에선 2009년 이후 250조원이나 발행된 5만원권이 계속 지하로 잠기고 있다. 올 1~8월 중엔 5만원권 환수율이 역대 최저인 19%대로 떨어졌다. 그런데 이 5만원권이 대장동 게이트를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올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수십억원을 5만원권 현금으로 찾아가는 바람에 성남시 일대 은행 지점들이 5만원권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이를 수상히 여긴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지난 4월 경찰에 이 사실을 통보한 것이 이 사건의 공식 시발점이 됐다. 검은돈이 풍기는 악취를 따라가면 대장동 ‘그분’이 드러날까.
[만물상] 도롱뇽 생각나게 한 단양쑥부쟁이
13일 오후 경기 여주시 대신면 남한강 지천 변에 단양쑥부쟁이가 무리 지어 피어 있다. 4대강 사업 당시 멸종 위기 2급인 단양쑥부쟁이의 유일한 서식지를 파괴한다는 반대가 심해 공사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으나, 11년 지난 지금 여주보 하천 인근 등에서 대거 서식하는 게 확인됐다. /고운호 기자
2003년 경남 양산시 천성산 아래 KTX 터널 공사를 할 때 승려 지율은 단식을 하며 환경 단체들과 함께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습지에 사는 도롱뇽도 소송 원고에 넣었다. 습지가 없어져 도롱뇽이 살 수 없게 된다는 이유였다. 이 때문에 공사가 중단되고 비용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3년 전 이맘때 천성산에 오른 적이 있다. 도롱뇽은 이미 월동에 들어가 볼 수 없었지만 습지는 신발이 젖지 않게 조심해야 할 정도로 살아 있었다.
▶환경 단체들은 개발에 반대할 때 동식물을 상징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천성산 도롱뇽이 대표적이고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반대 운동은 산양이 상징이다. 지구온난화는 얼음이 녹아 먹이를 찾지 못하는 북극곰을 상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상징으로 사람들 감성에 호소하면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한 경우가 많다. 제주 해군 기지 반대 운동은 무생물인 구럼비 바위를 상징으로 내걸었다.
▶10여 년 전 4대강 사업 공사를 할 때는 멸종 위기 2급 식물인 단양쑥부쟁이가 4대강 반대 운동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단양쑥부쟁이는 쑥부쟁이 종류의 하나로, 충북 단양에서 경기 여주까지 남한강 변 모래땅에 주로 서식하는 꽃이다. 마침 요즘이 제철이다. 잎이 둥글거나 타원형인 다른 쑥부쟁이에 비해 가는 선형인 것으로 구별할 수 있다. 반대 때문에 공사를 중단했다가 단양쑥부쟁이 무리를 여주 강천섬으로 옮기고 나서야 재개할 수 있었다.
▶10년이 흐르는 사이 대체 서식지로 옮긴 단양쑥부쟁이는 세력이 시원치 않은 반면, 없어질 것이라던 여주보와 강천보 사이 남한강 변 일대 단양쑥부쟁이는 오히려 소규모 군락이 여러 개 생겼다고 한다. 단양군은 남한강 변과 도로가에 단양쑥부쟁이를 대량으로 심어 놓았는데 그게 잘 자라고 있다. 자연 훼손의 상징으로 삼은 식물이 곳곳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4대강 사업 당시 ‘단양쑥부쟁이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 환경 단체의 주장이 과했다는 지적이 안 나올 수 없다. 애초에 천성산 도롱뇽처럼 아무 상관 없는 문제였을 수도 있다.
▶천성산 도롱뇽도 단양쑥부쟁이도 함께 살아가야 할 소중한 것들이다. 적절한 개발은 이런 소중한 환경을 더 잘 보존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많은 학자의 견해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편의와도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단양쑥부쟁이에서 보듯 자연의 자생력, 복원력도 만만치 않다. 보존만을 앞세워 국토 개발을 모조리 반대하는 환경근본주의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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