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에는 손 쉽게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식물재배시스템을 갖춘 한 식물공장이 있다. 이 회사의 대표인
김인수(남·60) 씨는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떠났던 뉴질랜드에서 우연히 찾은 농장에서 식물재배시스템을 목격하고 이에 흥미를 느껴 기존에
진행하던 장비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에 도전했다. 김 대표의 식물재배시스탬은 농사기술이 없어도 누구나 재배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뉴질랜드는 정말 기후가 좋은 지역이잖아요. 그곳에서 씨앗을 심고 수확만 하면 끝나는 쉬운 농사에 큰 감명을 받게
됐죠. 그래서 국내에서 농사기술이 없이도 누구나 재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국내로 들어와 바로 사업을
시작했죠”
엄청난 양의 농작물을 생산할수 있는 식물공장은 식량난 해소를 위한 미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외부환경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식물 재배에 필요한 빛, 공기, 온도, 습도, 양분 등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농산물을 생산하는 방법이다.
식물공장은 햇빛 대신 특수 LED를 사용해 기존 농법에 비해 생산량이 월등히 높고 땅을 적게 차지하기에 물류비 또한
절약할 수 있다.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농업계 신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에 활용하던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농업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뭇잎들이 붉게 물들어가는 선선한 가을 날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김 대표의 사무실을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김
대표는 차분하게 그동안의 삶을 하나하나 실오라기 풀듯이 풀어놓았다.
“회사를 키워가는 과정에서 몸이 좀 안 좋았어요. 제가 당뇨병이 있거든요. 그래서 휴식 기간을 가지고 싶었어요. 사실
이민을 갈까하는 생각을 하다가 뉴질랜드에서 2년 동안 생활을 하게 됐죠. 그러던 중 플라스틱 온실에서의 채소 양액 재배를 하는 모습을 접하게
됐어요”
양액 재배란 토양을 사용하지 않는 무토양, 무지력 재배 방법을 말한다. 작물체 지지 방법에 따라 수경과 고형
배지경으로 나뉘고 영양액 공급 방식에 따라 순환식과 흘려버림식으로 나누어진다. 즉 일반적인 농법인 땅에 심는 것이 아니라 화분을 이용해 재배하는
것이다.
“저희 회사는 원래 장비를 제작하는 업체였죠. 다양한 장비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회사였어요. 그동안 생산했던 장비들은
자체 개발제품이었는데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셀프 세차기, 주유소 D.I.Y 장비, 고압세척기 등이 있죠. 저는 제품을 만든다는 생각보다는 새로운
문화를 만든다는 생각아래 목표를 추구해왔어요. 이러한 신념으로 새로운 세차 문화와 주유소의 셀프서비스 문화를 탄생시켰죠”
김 대표는 세차기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12년 전 식물재배시스템인 식물공장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는 식물재배
시스템에 대한 연구 자료나 기술 자료가 없는 상태였기에 맨몸으로 부딪혀가며 사업을 시작했다. 때문에 그 모든 것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나가는
개척의 과정이었다.
“식물공장은 단순히 기기만의 작동만으로 이뤄지지 않아요. 수많은 재배 테스트를 통해 데이터를 시스템에 적용시키는
기간과 과정이 오래 걸렸죠. 그 과정이 정말 힘들었던 것 같아요. 무려 12년이라는 기간이 걸렸으니까요. 긴 기간만큼 비용도 많이 들었죠.
농업이 단순히 기계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정말 많은 지식이 필요해요”
기계과를 전공했던 김 대표는 기계를 만드는 회사를 식물을 재배하는 회사로 바꾸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농업에 대한 지식을 쌓고 더 자세히 알기 위해 50대 중반이란 나이에 일반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의 필수과정까지 이수해 가며 원예학
석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도 농업에 대해 더 알아가기 위해 쉬지 않고 연구 및 개발을 하고 있으며 학회지에 논문도 발표하고 있다.
“식물공장에서 재배할 수 있는 식물들은 다양하고 무궁무진해요. 엽채류와 근채류인 인삼, 방울토마토, 상추, 청경채 등
나무에서 열리는 것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채소는 다 재배할 수 있어요. 또한 식물공장의 가장 큰 강점은 기후 및 입지조건에 영향을 받지
않아요”
김 대표는 자신이 개발한 시스템에서 채소가 먹음직스럽게 성장하고 이를 항공 기내식 및 여러 용도의 식재료로 소비자에게
판매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또한 그는 채소 생산부터 살아있는 화분 형태로 식물을 포장해 고객에게 판매하는
원스텝(ONE-STOP)시스템으로 하나의 유통채널을 만들었다.
“요즘 환경오염과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잖아요. 식물공장은 통제된 시설에서 이런 환경에 대한 영향을
받지 않고 무농약으로 재배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요. 또한 바닥면적과 노동력 등이 절감돼서 식물에게 맞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죠”
싸고, 믿을 수 있는 채소를 재배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싶어
“식물공장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소비문화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제까지는 생산된 채소를 대량의 유통 채널을
통해 식재료로만 공급돼 왔죠. 이러한 대량 유통으로 인해 가지 수는 제한되고 소비자의 품종 선택권도 제한될 수밖에 없었죠. 또한 신선하지 않아
폐기되는 물량의 금액도 소비자가 부담했야 했었죠”
“이제는 식물공장에서 소비자가 필요한 품종의 채소를 주문하고 마트에서 주문한 채소가 커가고 그것을 뿌리째 집으로
가져와 키우면서 먹을 수 있는 새로운 소비 형태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이러한 건강한 먹거리를 통해 육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적 건강까지 이룰 수 있는 문화가 생기길 바란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싸고 좋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되고 싶어요. 고객에게 진짜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서 건강한 회사를 만들고 싶죠. 직원들도 건강하고 제품도 건강하고 회사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진 않아요”
김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는 모토 중 하나는 싸고, 좋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또한 목표가 정해졌을
때 끈기와 기업을 길게 이끌어갈 수 있는 뒷심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이는 대표가 흔들림 없이 갈 때만이 회사의 구성원들도 미래를 바라보며
같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자신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여행을 꼽았다. 김인수 대표는 워낙 여행을 좋아해 안 가본 나라가
거의 없을 정도다. 그는 여행을 떠나면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과 대자연 속 풍경에 동화되는 경험을 통해 새로움을 추구한다.
“제 인생의 가치는 살아가면서 조그마한 역사를 만들어 가는거에요. 남들이 안 될 거라 말했던 주유소의 서비스 문화도
바꾸었고 자동차 세차 문화에 셀프 세차란 장르도 만들었잖아요. 이젠 마지막 사업으로 식물공장을 통한 재배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