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지하 벙커, 40여년만에 최초 공개,
50㎝ 두께 콘크리트가 감싼, 160평 공간,
1970년대 후반, 박정희 대통령 때 만들어진듯,
내달 10일부터, 선착순 예약제로 시민 공개,
이곳은 잊혀진 공간이었다.
지난 2005년 서울 여의도버스환승센터 공사 중
우연히 발견된 지하 벙커의 존재는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몰랐다.
서울시가 과거 문서를 뒤져봤지만
어디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다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다 문을 닫아둔 지 어느새 10년.
서울시는 우선 구조상 문제점을 해결하고
석면 등을 철거한 뒤인 1일 오전,
처음으로 지하 벙커의 문을 열었다.
여의도버스환승센터 한쪽에 놓인 계단을 따라5m 아래 지하로 내려가봤다.
10m 이상의 폭에 50m에 이르는 160평의 거대한 공간이 펼쳐지자
‘우와’ 하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거대한 홀 한쪽에는
20평 규모의 방이 연결돼 있다.
호피 무늬 소파가 놓여 있고
개인용 화장실과, 샤워장도 따로 설치돼 있었다.
소파는 발견 당시, 나무가 썩고, 호피 무늬 천이 너덜너덜해진 것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서울시가 복원한 것이다.
- 천장과 바닥, 벽체는 모두
50㎝의 단단한 콘크리트로 감싸여 있다.
서울시가 조사를 위해 구멍을 뚫어보니
조그만 틈새(공극)조차 없는
조밀한 콘크리트가 드러났다.
지표면의 흙 2.2m 아래의 단단한 콘크리트 벽체는
유사시 폭격을 막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언제, 왜 만들어졌을까.
서울시가 항공사진을 분석해보니,
1976년 11월에는 공사 흔적이 없지만
1977년 11월 사진엔 벙커 출입구가 눈에 띈다.
이런 점에 비춰, 1976년 말이나
1977년 초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냉전시대
박정희 대통령 부인 육영수씨가 피격된 1974년으로
부터 2년이 지난 시점이다.
↑ 여의도 지하벙커 내부 구조.
여의도버스환승센터로 내려가면, 160평에 달하는 거대한 홀과 함께 20평짜리 방을 볼 수 있다. 아이에프시(IFC)몰과 신한금융투자 건물로 나갈 수 있는 출입구도 있지만,
지금은 폐쇄돼 있다.
↑여의도 지하벙커의 위치.
여의도버스환승센터로 내려가면 160평에 달하는 거대한 홀과 함께 20평짜리 방을 볼 수 있다. 아이에프시(IFC)몰과 신한금융투자 건물로 나갈 수 있는 출입구도 있지만,
이곳 위치는
당시 국군의 날 사열대 단상 바로 밑이다. 지금 여의도공원이 된 이곳은, 당시 5·16광장이라 불리며 국군의 날 행사와 같은 초대형 행사가 자주 열렸다. 냉전시대 북한의 폭격에 대비해 박정희 전 대통령 등 정부 요인들을 위한 대피소로 만들어졌다는 설명이 가능한 대목이다. 20평의 방은 박 전 대통령의 집무실로 추정된다.
여의도 지하벙커 단면도. 지하 벙커는 2.2m의
흙더미 아래에 50㎝ 두께의 단단한 콘크리트가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콘크리트 단면을 잘라보니
작은 틈새(공극)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강도가 매우 높다는 뜻이다.
비밀을 안고 있는 이 공간은
이달 1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선착순 사전예약제를 통해 총 40회에 걸쳐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이후 1년 간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활용방안을 모색해 2016년 10월1일 정식으로 개방된다. 김준기 서울시 안전총괄본부장은 “시민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 냉전의 유산을 문화시설 등으로 꾸며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음성원 기자 /201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