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對南군사위협 불변… 병력·복무기간 감축은 위험 한국이 제몫 할 때, 美의 핵우산·보완전력 제공 가능
한미연합사 해체 날짜가 정부 간 공식합의에 의해 2012년 4월 17일로 확정된 이상, 이미 엎질러진 물이나 다름없다. 다시 원점으로 되돌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이제는 전작권 이양으로 인한 연합사 해체 과정에서나 해체 후에 나타날 수 있는 우리 국방태세 상의 문제점, 위기사태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대책을 강구하면서, 한편으로는 국민적 관심과 경각심을 높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향후 대미협상을 준비할 때인 것 같다.
무엇보다 앞으로 한미군사동맹관계가 그동안 전작권의 이양 합의과정에서 처럼 감정이 개입된 ‘대응과 맞대응'의 양상으로 다뤄져서는 안 된다.
한미 양국은 동맹국으로서 공동이익의 증진과 공동목표의 달성을 위한 합리적인 정책판단과 주고받는 상호협력적 동맹관계를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벨 사령관이 이달 7일(현지시각) 미 의회 하원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피력한 한반도정세와 노무현 정부의 ‘국방개혁 2020'에 대한 견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벨 사령관은 우선 북핵문제가 외교적으로 해결되지 못한다면 북한은 2009년 말까지는 핵무기 보유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북한군의 대남군사태세에 하등의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추진되고 있는 한국군의 ‘국방개혁 2020', 특히 대폭적인 ‘병력감축' 및 ‘복무기간' 단축계획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은 벨 사령관의 이 ‘경고성 우려'를 단순히 ‘우려성 관심' 정도로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될 것 같다.
첫째, 북한의 핵무장 가능성과 관련하여 벨 사령관은 한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계획'(PSI) 참여와 미국 시스템과 상호운용될 수 있는 한국군 자체의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 필요성을 촉구했다. 이는 작년 10월 SCM에서 한국이 강조한 미국의 ‘확장된 억제'(extended deterrence) 제공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다. 북핵 위협에 대해 한국이 자기 몫을 다하지 못할 때, 미국의 핵우산 제공에도 한계가 따를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 것이다.
둘째, ‘국방개혁 2020'과 관련하여 벨 사령관이 우려를 표명한 ‘병력감축'과 ‘복무기간단축'도 마찬가지다. 한국군의 전작권 단독행사로 인한 한미 ‘공동방위' 체제에서는 기존의 ‘연합방위' 체제에 비해 한국 지상군의 능력과 역할을 보다 강화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2007-2011 국방중기계획' 상의 전력 확보를 전제로 2014년까지 대규모 병력감축과 군복무기간 단축을 추진한다면, 이는 117만 북한군의 위협에 대처하는 계획이라 할 수 없고, 또 주한미지상군의 지속 주둔을 요구할 명분도 잃게 될 것이다.
셋째, ‘2007-2011 국방중기계획'도 미국이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는 ‘보완전력'(bridging capability)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 ‘국방중기계획'에 151조 원을 투입하여 정보감시정찰체계, 지휘통제통신체계, 정밀타격체계 등 첨단무기체계를 확보하면 미국의 핵우산 보장과 함께 대북억제에 별 문제가 없고 추가적인 국방비 부담도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이것은 일방적인 기대에 불과하다. 미국의 ‘확장된 억제전력'에 의한 핵우산 보장이나 ‘보완전력'적이고 무조건 제공되는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원은 한국이 ‘한국 몫'을 제대로 감당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지원이지, 무조건적이고 일방적인 지원일 수 없다. 우리는 이런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벨 사령관이 지난 7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한국군의 성공적인 ‘국방개혁 2020'을 위해서는 “한국정부의 법률적, 재정적 지원 뿐 아니라 미국과의 동맹국 간 협의과정을 통한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한 것은 바로 이점을 지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 없이는 한국군의 국방중기계획도, 전작권의 단독행사도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넷째, 북한의 핵보유로 핵무기지대화한 한반도에서 앞으로 군사위기사태 발생 시, 한국군은 전작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한다 하더라도, 미국의 핵우산, 증원전력 전개 등 미국의 보호와 지원에 더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각각 독립적인 작전사령부를 갖더라도, 한반도 유사시 효과적인 한국방어를 위해서는 결국 두 작전사령부를 하나로 결합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이 지난 2월 1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에서 현 유엔군사령부의 기능 강화 및 전시조직 구성을 주장한 것은 한미연합사 해체 이후 한미공동방위체제 하에서의 유사시 대비체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매우 의미 있는 정책구상으로 생각된다. 이는 연합사 해체 이후 평상시 정전 업무의 정상적 수행과 한반도 유사시 미군, 다국적군 또는 유엔군의 투입 등 효과적 지원 통로가 될 수 있고, 또 필요시에는 한국군, 미군, 다국적군 또는 유엔군의 통합작전을 위한 지휘체계의 단일화를 용이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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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권이 추진하는 군 감축 및 군 복무기간 단축은 북한의 오판을 불러올 수 있다. 한국에서 군을 감축하는데 미국에서 왜 지원을 해주겠느냐. 그래서 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일부 주장이 더 타당성을 얻기 때문에 한국 육군을 축소시키면 안 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피터 브룩스 미국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소장은 7일 한국언론재단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브룩스 소장은 이날 서울국제포럼(이사장 이홍구) 초청으로 열린 ‘북한 핵문제 및 동북아 안보와 바람직한 한·미관계의 발전방향'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한국군 감축, 작통권 문제, 주한미군 철수 등에 관해 “북한에 굉장히 나쁜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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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초청강연에서 피터 브룩스 소장이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그는 바람직한 한·미관계의 발전방향으로 “부시 행정부든지 신행정부든지 작통권 문제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한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이 절대적으로 감소되지 않은 한 한미동맹관계를 강력하게 밀접히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브룩스 소장은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지금 미·북 회담을 보면 상당히 진척돼 보이지만 시기상조이며 걸림돌이 굉장히 많다”며 핵 프로그램이 돌이킬 수 없게 완전히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브룩스 소장과 참석자들의 일문일답
-북한은 NPT회원국이 아니므로 강제적으로 보고할 의무가 없지 않느냐? 물론 2.13 합의문 4조를 보면 북한은 시설을 보고해야 하며 5개국은 협력해야 된다고 돼 있지만.
“2.13합의는 완전한 조치라기보다 첫 번째 단계 조치다. 때문에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게 핵을 폐기하기 위해서는 많은 일을 하여야 한다. 힐 대표도 북한이 핵을 갖고 있는 한 대화는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HEU 문제도 포함된다고 본다. 초기 이행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
-북한이 핵폐기 의지가 없이 시간을 벌어서 한국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는?
“대선기간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소지는 분명히 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북한이 번복하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각국이 이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 북한은 한미동맹 관계를 악화시키는데도 일조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그토록 원했던 베트남식 통일 전략에 미국이 휘말려들고 있다. 2.13협정이 클린턴 임기말 대선을 앞둔 때는 군사억제력도 있었으나 지금은 전혀 없다.
“분명한 것은 미국과 한국은 한·미 관계를 희생하면서까지 북한에 유리한 조건을 주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60일내 북한이 어떻게 할지 지켜볼 것이다. 단계적인 진척이 없다면 다음 단계도 없다. 약속한 이행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 미국이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미국이 봉쇄정책을 취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미·북 관계 정상화 전망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려는지 시험해 보려고 프로세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무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체제 생존을 위해 핵무기가 중요한 수단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위협을 계속 봉쇄하려는 정책은 확고하다”
-북한에 대해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이 미국과 함께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같이 협력할 것인지?
“사실 중국의 의도가 과연 무엇인지 분석하기 어렵다. 미국에 있는 중국학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국이 미국의 우방이 돼서 강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한국군이 38선을 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중국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지렛대 역할인 식량, 원유 등 원조는 꾸준히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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